[매경닷컴 MK스포츠 최민규 전문위원] 한국프로야구에서 샐러리캡은 과연 가능할까.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커미셔너는 지난 1일 KBO리그 연봉 불균형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 샐러리캡, 사치세 도입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샐러리캡은 선수 연봉에 상한선을 두는 제도다. 국내 일부 프로리그에서 적용하고 있다. 사치세, 또는 럭셔리택스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도다. 연봉 총액이 일정 기준을 넘어가는 구단은 커미셔너 사무국에 초과분을 납부한 뒤 나머지 구단에 분배되는 제도다. 모두 재정 능력이 좋은 구단의 독주를 막으면서, 리그 전체 연봉 총액 인상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 정운찬 KBO 커미셔너는 샐러리캡, 사치세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 현실에서 연봉 통제 시도가 가능할지에는 의문이 따른다. 사진=옥영화 기자 |
KBO리그 소속 구단의 연간 매출액은 대략 500억원 가량이지만 매출의 상당 부분이 모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구단의 자생력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의문부호가 붙었다. 여기에 고액 연봉 선수와 저액 연봉 선수의 소득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선수 최저연봉은 600만원이었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143만원)의 4,19배였다. 하지만 지난해 최저연봉은 2700만원으로 1인당 국민소득(3364만원)의 84%에 불과했다. 반면 롯데가 지난해 1루수 이대호와 체결한 FA 계약은 공식 발표 금액만 4년 150억원이었다.
연봉에 대한 통제는 선수들의 반발을 사게 마련이다. 1994년 메이저리그에서는 구단주의 샐러리캡 도입 시도에 반발해 232일에 걸친 장기 파업이 일어나기도 했다.
선수들의 반발과는 별개로 과연 한국 프로야구 현실에서 연봉 통제 시도가 가능할지에는 의문이 따른다. 샐러리캡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구단들이 정확한 연봉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프로야구 규약상으론 KBO 커미셔너가 승인한 연봉계약서만 유효하다. 연봉계약서 양식은 통일돼 있다. 그래서 ’통일계약서(Uniform Contract)’라고 한다. 규약에 저촉되거나 허위로 작성된 계약은 무효이며, 이런 계약에는 제재가 뒤따른다. 하지만 구단들은 대놓고 ‘가짜’ 계약서를 KBO에 제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 계약서과 KBO에 제출하는 계약서는 따로 있다. KBO도 현실을 알고 있지만 한 번도 실질적인 조치를 한 적이 없다.
A구단은 2017년 KBO에 신인과 외국인을 제외한 연봉 총액을 82억원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실제 지급한 연봉은 154억원이었다. 군보류선수, 육성선수 1군 등록시 연봉 인상 적용을 받는 저연봉 선수, KBO에 등록된 외국인 선수 연봉 등을 모두 더해도 설명이 되지 않는 차이다. 이런 차이는 A구단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FA 및 외국인선수 계약 금액을 KBO에 축소 신고한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프로야구에서 FA 계약을 했던 한 전직 선수는 “언론에 발표된 것보다 실제 금액은 훨씬 많았다"고 밝혔다. FA 계약 시즌에 ’실제 계약 금액’은 FA 선수들과 에이전트, 구단 사이에서 거의 공유된다. 한 구단 단장은 "솔직히 확인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실제 계약 금액이 발표 금액이 다른 건 상식"이라고 말했다.
2013년 B구단은 외국인 선수 C와 계약금 10만달러, 연봉 20만달러에 1년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금액은 계약금 15만달러, 연봉 55만달러였다. 문제는 금액의 차이만이 아니다. 이 선수의 계약서에는 충격적인 부분이 있다.
KBO 규약 38조는 "구단과 선수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더라도 통일계약서의 조항을 변경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39조에서는 "38조에 위배된 특약이나 계약서에 기재되지 않은 특약은 무효로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B구단과 C선수의 계약서에는 "본 계약과 한국야구위원회 선수계약 사이에 충돌이 있는 경우 본 계약의 조건을 우선한다"고 기재돼 있다. 대놓고 KBO 규약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다. B구단 관계자는 "타 구단에서도 비슷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물게 연봉을 ‘축소’ 신고한 케이스도 있다. D구단은 F선수와 FA 계약을 한 뒤 선수 요구에 따라 연봉 일부를 계약금으로 선지급하고 차액을 연봉에서 차감했다. 하지만 KBO에는 차감 전 연봉 계약서가 제출됐고, 이후 수정되지 않았다. 해당 선수는 “총액에는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구단들이 KBO에 ‘가짜 계약서’를 제츨하는 데 문제의식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모두가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열린 KBO 이사회에 참석한 구단 대표들은 정운찬 커미셔너에게 샐러리캡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정 커미셔너는 “장기적인 목표로 두고 가능성을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모기업의 지원 축소를 우려하는 구단들은 연봉 통제에 대한 유혹을 느낀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정확한 연봉 데이터가 우선 공개돼야 한다. 지금처럼 ‘가짜’ 계약서가 횡행하는 현실에서는 샐러리캡이든 사치세든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 프로야구 규약 변천사는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