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좋은 투수가 더 좋은 투수가 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자신이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더 날카롭게 가다듬을 수도 있고, 새로운 무기를 추가할 수도 있다.
"공구함에 공구가 너무 많으면 안좋다"며 전자의 방법을 고집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LA다저스 좌완 선발 류현진은 후자의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괜찮은 성과를 내고 있다.
메이저리그 데뷔 당시만 하더라도 체인지업으로 이름을 알렸던 류현진은 시즌을 거듭하면서 다양한 무기를 추가했다. 2014시즌에는 체인지업이 통하지 않자 고속 슬라이더를 연마했다. 2017시즌에는 커터를 장착했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투심패스트볼과 고회전 커브를 연마했다.
↑ 류현진은 매 시즌 다른 구종을 연마하며 새로운 스타일의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
무기가 많아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류현진은 이 무기들을 잘 다루고 있다. 부상 복귀전이었던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는 구종 다양화가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경기였다.
지난해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체인지업 위주의 승부를 벌였다. ’브룩스 베이스볼’에 따르면, 어깨 수술 이후 첫 퀄리티 스타트였던 4월 25일 원정경기(6이닝 1실점)에서는 무려 42%가 체인지업이었다. 7월 31일 같은 팀과의 홈경기(7이닝 무실점)에서도 체인지업 비율은 30.59%로 패스트볼 다음으로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올해는 달라졌다. 지난 4월 28일 원정경기에서는 체인지업 비율을 19.1%로 줄였고 대신 커터(17.87%), 커브(16.85%)의 비율을 늘렸다. 16일 경기에서는 체인지업 비율을 10.11%까지 떨어뜨렸다. 대신 커터(31.46%)와 커브(21.35%)에 집중했다. 두 구종은 범타를 유도하는데 큰 효과를 봤다.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제구가 잘된 공을 던졌다. 날마다 다르겠지만, 그날 가장 좋은 공을 많이 던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가 체인지업에 익숙하기 때문에 안던진 공들을 던지고 있다. 커터가 제구가 잘되다보니 그 공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대가 체인지업에 익숙하다는 것을 의식하고 변화를 줬음을 인정했
그의 다음 등판은 21일, 혹은 22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홈경기가 될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세인트루이스와 두 차례 승부에서 평균자책점 0.90(10이닝 1자책)의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때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한 류현진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