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상철 기자] 24일 오후 6시(현지시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자유형 50m 결선이 끝나자마자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아쿠아틱 센터가 들썩거렸다.
24초53의 대회 신기록. 스포트라이트는 열여덟 살의 여고생에게 집중됐다. 이번 대회 마지막 레이스에서 딴 여덟 번째 메달이자 여섯 번째 금메달이었다.
2000년생 이케에 리카코(일본)는 6관왕에 올랐다. 일본 선수의 아시안게임 단일 대회 최다 금메달 기록마저 갈아치웠다.
↑ 이케에 리카코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개와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사진(인도네시아 자카르타)=ⓒAFPBBNews = News1 |
24일 현재 일본은 금메달 29개, 은메달 31개, 동메달 43개로 종합 2위에 올라있다. 금메달 다섯 개 중 하나는 이케에의 뛰어난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케에는 8개 종목에 출전해 모두 메달을 땄다.
여덟 번째 시상식을 마친 이케에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관중석의 부모와 은사가 이케에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시아 수영의 여제이나 영락없는 10대 소녀이기도 했다. 일본 언론은 이케에의 눈물에 집중했다.
이케에는 “부모님, 코치님 등 많은 분들이 이곳까지 오셔서 응원해주셨다. 모든 경기를 마친 후 관중석의 그들을 봤는데, 말로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눈물이 났다”라고 말했다.
이케에는 곧 차분해졌다. 그리고 당당한 걸음 속 수많은 취재진 앞에 섰다. 2020 도쿄올림픽은 물론 앞으로 세계 수영을 이끌 ‘스타’에 대한 관심은 매우 컸다. 수영장에 들어가면 표정이 달라진다는 이케에는 적어도 수영복을 입었을 때만은 평범한 여고생이 아니다. 수영선수로서 위상은 어마어마하다.
이케에 또한 수영선수로서 임하는 자세는 10대 소녀가 아니다. 진지하다. 그리고 승부욕도 강하다. 누구와 어떤 경기를 하든 지고 싶지 않다.
4번 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쳤던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옆(5번 레인의 류샹)을 보며 헤엄쳤다. 시작하자마자 나갔다가 추월당할 수 있어 25m 지점부터 한 번에 스퍼트를 냈다. 상당히 힘들었지만 절대 지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 5m를 남겨놓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로지 터치에만 집중했다. 오늘 경기가 내 고집을 보여준 것 같다”라며 “개인 기록은 류샹이 더 빠르겠지만 내가 가진 실력을 모두 쏟았다”라고 말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이케에의 첫 번째 아시안게임이다. 첫 인사부터 강렬했다. 자유형 50m·100m, 계영 400m, 혼계영 400m, 접영 50m·100m 등 6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 다른 두 종목(계영 800m·혼성 혼계영 400m)도 은메달이었다.
강철 체력이다. 그리고 강인한 정신력도 갖고 있다. 이번 대회 직전에는 팬퍼시픽선수권대회에도 참가했다.
이케에는 “팬퍼시픽선수권대회까지 텀은 짧게 느껴진 반면, 아시안게임은 텀이 길게 느껴졌다”라며 “솔직히 2,3일 전 몸이 많이 힘들었다. 그 때문에 의지가 한풀 꺾일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연일 경기를 해 몸이 힘든 것은 나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도 그렇다. 결국 멘탈 문제다. 내가 멘탈을 어떻게 관리하는 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끝까지 분발하자고 마음먹었다”라고 전했다.
이케에는 그렇게 이겨냈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였던 여자 자유형 50m에서 최상의 기량을 발휘했다. 이케에는 “오늘 레이스가 가장 피로감이 없었다. 그런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거리가)50m로 짧은 편이기도 하나 예선부터 상당히 마음이 편했다”라며 웃었다.
이케에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최고의 선수다. 출중한 실력만큼 인기도 폭발적이다. 그의 앞날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안주하지 않는다. 스스로 장밋빛 미래가 보장돼 있지 않다며 결연한 각오를 나타
이케에는 “솔직히 이번 대회에서 6관왕을 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순수한 마음으로는 정말 기쁘다”라며 “그러나 아시아 대회다. 이 결과를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내후년 올림픽까지 어떻게 이어가느냐가 중요한 열쇠다. 긴장을 풀지 않으며, 마음을 새롭게 다잡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