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안준철 기자] “내 자신에게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
SK와이번스 한동민은 스윙 후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그가 생각해도 홈런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한동민은 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18 KBO리그 팀 간 14차전에 2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4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14-2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특히 4타점을 올린 적시타가 바로 만루홈런이었다. 그것도 전세를 뒤집는 역전 그랜드슬램.
이날 한동민은 첫 타석이었던 1회말 무사 1루에서 두산 선발 조쉬 린드블럼의 정강이를 강습하는 내야안타로 기분좋게 시작했다. 하지만 SK는 1회 점수를 내지 못했고, 되레 2회초 2실점하며 두산에 끌려다녔다.
↑ 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8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 경기가 열렸다. 4회말 2사 만루에서 SK 한동민이 5-2로 뒤집는 역전 그랜드 슬램을 치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하지만 4회는 달랐다. 역시 2사 만루였다. SK는 2사 이후에 집중력을 발휘했다. 1사 후 최항이 안타를 치고 나간 뒤, 김강민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2사 1루로 바뀌었다. 여기에서 박승욱의 몸에 맞는 공과 노수광의 볼넷이 나오며 만루를 만들었다.
타석에 들어선 한동민은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난 직전 타석과는 달랐다. 린드블럼도 미묘하게 흔들렸다.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135km 체인지업이 들어오자, 한동민은 배트는 빠르게 움직였다. 벼락같이 잡아당긴 타구는 우측 담장을 훌쩍 넘었고, SK는 5-2로 역전에 성공했다.
한동민의 시즌 30번째 홈런이자, 82일만에 맛보는 만루홈런이었다. 이 홈런을 기점으로 SK타선은 살아났다. 두산 마운드를 두들기며 14점을 뽑았다.
한동민 개인적으로는 첫 30홈런 고지다. 지난해 29홈런을 친 시점에서 발목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됐다. 개인적인 아쉬움도 풀었고, SK프랜차이즈 좌타자 최초의 30홈런이기도 했다.
경기 후 한동민은 “SK최초 좌타자 30홈런 기록을 세웠지만, 그것보다는 최근 팀 타선이 좀 식어 있었는데, 그걸 극복할 수 있게 물꼬를 트는 홈런을 쳐서 기분이 좋다”며 “작년에 30홈런에서 한 개 모자란
그러면서 “내 자신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부상 후 올 시즌에 맞춰 복귀하기까지 힘든 재활을 거친 스스로에게 건내는 위로의 홈런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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