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밀워키) 김재호 특파원] "그때 얘기는 하도 많이 들었다. 이제 지겹다."
LA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챔피언십시리즈 기간, 팀이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1988년 얘기를 듣는 것이 지겹다며 이같은 말을 남겼다.
실제로 다저스는 홈경기나 중계방송에서 시도 때도없이 1988년 장면들을 보여준다. 이번 포스트시즌 기간에도 1988년 포스트시즌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전광판에 틀어주고 있다. 다저스가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서 웃은 것이 벌써 30년전이다. 지겹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커쇼는 "1988년 팀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우리만의 역사를 창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싶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우리가 우승을 하면, 더이상 그때 얘기는 듣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면 정말 멋질 것"이라며 이제 사람들이 1988년이 아닌 2018년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다저스는 1988년 이후 처음으로 우승에 도전한다. 사진=ⓒAFPBBNews = News1 |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4월까지 12승 16패를 기록하며 월드시리즈 후유증을 제대로 경험했다. 이 후유증은 5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5월 17일 마이애미 원정에서 5-6으로 지며 16승 26패, 5할 승률에서 10경기를 뒤지며 지구 순위 4위에 머물렀다. 상황은 암울했다. 클레이튼 커쇼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스프링캠프에서는 저스틴 터너의 손이 부러졌다. 시즌 초반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던 류현진은 갑자기 내전근을 다쳤다.
5월 18일 마이애미 원정에서 7-0으로 이긴 것이 전환점이었다. 이후 워싱턴 원정을 스윕하며 반등했다. 커쇼는 삼두근 부상에 이어 허리 부상으로 다시 이탈했지만, 워커 뷸러, 로스 스트리플링 등 젊은 투수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일어섰다. 6월 17승 9패, 7월 16승 10패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매니 마차도, 브라이언 도지어를 데려오며 내야를 보강했다.
↑ 지난 5년간 포스트시즌을 치른 경험은 고비 때마다 빛났다. 사진=ⓒAFPBBNews = News1 |
↑ 라이언 매드슨을 비롯한 불펜진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AFPBBNews = News1 |
가장 큰 장점은 경험이다. 지난 2013년부터 6년 연속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팀 내에 자연스럽게 가을 야구에 대한 경험이 축적됐다. 물론 그 기억들은 모두 끝이 안좋았지만, 시즌 막판 순위 경쟁을 벌일 때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전적이 뒤졌을 때와 같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데 큰 보탬이 됐다. 부족한 우승 경험은 8월말 합류한 데이빗 프리즈와 라이언 매드슨이 채워주고 있다. 이들은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하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불펜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6차전을 앞두고 팀이 3승 2패로 앞서고 있는 가장 큰 비결을 묻는 질문에 주저없이 불펜을 꼽았다. 마무리 잰슨을 중심으로 하는 다저스 불펜진은 챔피언십시리즈 7경기에서 31이닝 5자책을 기록, 네 팀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남겼다.
홈에서 열릴 3, 4, 5차전은 다저스에게 확실히 유리할 것이다.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게임에 최적화된 로스터를 갖추고 있다. 저스틴 터너, 야스마니 그랜달을 제외한 나머지 야수들이 최소 2개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좌우 놀이에서도 밀리지 않을 풍부한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이들의 강점이다. 크리스 테일러, 키케 에르난데스 등 내야와 외야를 자유롭게 오가는 유틸리티 선수들은 소금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 반대로 선발진은 기대에 못미쳤다. 사진=ⓒAFPBBNews = News1 |
다저스 선발진은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평균자책점 5.52(29 1/3이닝 18자책)로 부진했다. 다저스가 월드시리즈를 우승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선발진이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야심차게 영입했던 다르빗슈 유는 하필이면 자신을 제일 잘알고 있는 아메리칸리그 팀을 만나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번 시즌 선발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평균자책점 4.76(34이닝 18자책)으로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성적을 남겼다. 게다가 세 명의 좌완이 포진한 다저스 선발진은 J.D. 마르티네스, 무키 벳츠, 잰더 보가츠 등 우타자가 득시글거리는 보스턴 타선을 상대한다. 보스턴 타자들은 앞선 라운드에서 J.A. 햅, CC 사바시아, 댈러스 카이클 등 수준급 좌완 투수들을 공략했다.
밀러파크에서 엄청난 야유에 시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