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전명규(55) 대한빙상경기연맹 전 부회장의 스포츠 행정 경력이 사실상 끝났다. 한국체육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직책도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3일 대한체육회 등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공공기관 및 유관 기구에 대한 2018년도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명규 전 부회장은 앞으로 어떠한 대한빙상경기연맹 직위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체육대학교는 국립대학교다. 전명규 전 부회장은 국정감사 증인 신분뿐 아니라 현역 교육공무원이기 때문에 더더욱 거짓을 말하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4차례 체육훈장이 면죄부일 수는 없다.
↑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 사진=MBN 방송화면 일부 |
문화체육관광부가 5월 23일 발표한 대한빙상경기연맹 특정감사 결과에 없는 내용이기에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 처벌 가능성도 생긴 전명규 전 부회장이 빙상 독재자의 권좌를 되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2018년도 국정감사 내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23일 국감 현장은 다소 신선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민석(52) 문화체육관광위원장과 자유한국당 한선교(59) 및 바른미래당 김수민(32) 국회의원이 이유는 각기 달랐지만, 전명규 전 부회장을 두둔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동계올림픽 통산 대한민국은 금24·은13·동11의 쇼트트랙은 역대 1위, 스피드스케이팅은 금5·은8·동3으로 10위에 올라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라는 말이 과언이 아닌 전명규 전 부회장의 업적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15년 동안 국가대표팀 지도자를 역임했고 이후에는 교직과 행정을 오가며 빙상계의 독재자로 군림하여 일군 성과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전신 새누리당이 집권한 박근혜(66) 정부나 더불어민주당이 정권교체를 이룬 문재인(65) 정부에서나 전명규 전 부회장의 처지는 좋지 못하다. 보통 ‘엘리트 체육’이 권력 친화적인 성향을 띄는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이다.
23일 국정감사는 전명규 전 부회장이 전·현 정부와 어떤 관계인지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자리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개최국 영웅이 된 안현수(러시아어명 빅토르 안·33)의 존재에 심기가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전명규 전 부회장은 ‘안현수를 러시아에 뺏기게 만든 원흉’이자 ‘4대 사회악’ 사례로 지목되어 곤욕을 치렀다. 박근혜 정권 권력 서열 1위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2)에게도 단단히 찍혔다.
최순실과 이종조카 장시호(개명 전 장유진·39)가 주도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전명규 전 부회장이 반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안현수 이전 쇼트트랙 역대 최고스타 A를 핵심 지도자로 낙점할 정도로 최순실의 실권만큼이나 위세가 대단했다.
23일 국정감사를 통해 전명규 전 부회장이 제자였던 A를 설득하여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결별하도록 했다는 정황이 밝혀졌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의 대항마로 정권을 잡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전명규 전 부회장의 처지는 달라지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심석희 폭행 피해 사태가 결정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진천국가대표종합훈련원을 방문하여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를 격려한 날을 하루 앞두고 가장 심한 구타가 발생했다.
심석희는 정신·육체적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선수촌을 이탈했다. 당시 일명 ‘심석희 퇴촌 파문’에 대해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감기가 심해 나오지 못했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듯이 VIP 참석 행사 관련 허위 보고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만이다. 23일 공개된 육성 녹취록은 전명규 전 부회장이 가해자의 심석희 구타를 최소한 부추겼으며 공론화된 후의 대처도 주도했음을 짐작할만한 충분한 근거가 담겼다.
전명규 전 부회장은 심석희 폭행 피해 폭로 관련 기자회견을 무산시켰다는 것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아 훈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는 전명규 전 부회장의 국정감사장 해명은 왜 그가 박근혜·문재인 정권에 모두 미운털이 박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명규 전 부회장에게는 ‘대한민국 빙상의 동계올림픽 호성적’이 인생의 유일한 목표였다. 국정감사에서 인정했듯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우리는 아니라고 하지만, 한국은 어느덧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 결과 못지않게 과정의 공정함이 강조되고 있다.
이제 전명규 전
아마 당분간 어쩌면 영원히 과거 같은 동계올림픽 빙상 성적이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전명규 전 부회장의 소임과 역할은 끝나야 하는 것이 시대의 요구인듯하다. dogma0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