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갑작스런 4번타자의 빈자리를 몇 시간 만에 메울 수는 없다. 문제는 타격이 상상 이상으로 크며 공백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김재환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세 시즌 동안 홈런 116개를 기록했다. 이 기간 최정(121개·SK) 다음으로 홈런을 많이 친 타자였다. 그리고 올해 두산 소속 선수 시즌 최다 홈런(종전 1998년 우즈 42개) 기록을 경신하더니 데뷔 첫 홈런왕까지 올랐다.
김재환은 부동의 4번타자다. 7번과 8번 타순에 한 타석씩 섰지만 모두 대타 출전이었다. 그는 곰 군단의 해결사이자 KBO리그 최고의 4번타자였다. 홈런(44) 및 타점(133) 1위, 장타율(0.657) 2위, 안타(176) 6위, 득점(104) 및 출루율(0.405) 8위, 타율(0.334) 10위로 도루를 제외한 전 부문 톱10에 올랐다.
↑ 김재환의 한국시리즈 홈런은 두산의 승리를 불렀다. 2018년 한국시리즈에서 김재환의 홈런을 못 볼 수도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김재환은 큰 경기에서 약하지도 않았다. 홈런도 펑펑 날리며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14경기에서 6개의 홈런을 쳤다. 경기당 평균 0.43개로 최근 세 시즌 홈런 페이스(0.28개)보다 좋다.
특히, 김재환의 한국시리즈 홈런은 두산의 승리를 안기는 결정타였다. 두산은 김재환의 홈런이 터진 3경기를 모두 이겼다.
김재환은 올해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홈런을 신고하지 못했으나 최주환, 양의지와 더불어 최고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타율이 0.500이다. 2루타 2개로 장타 갈증도 해소시켜줬다. 타점이 없지만 상위 타선의 침묵 탓이다. 그의 안타는 두산의 막힌 혈을 뚫었다.
이렇게 대단한 위압감을 줬던 김재환이 사라졌다. 3차전을 앞두고 가진 타격 훈련에서 옆구리 통증을 느꼈다. 그는 대타로도 뛰지 않았다. 뛸 수 없는 상태였다. 정확한 판독을 위해 8일 추가 검사를 할 예정이다.
김재환의 4차전 출전 가능성은 희박하다. 나아가 한국시리즈 내 복귀 여부도 불투명하다. “4번타자가 빠진 게 아무렇지 않을 수 없다”던 김태형 두산 감독은 근심이 가득했다.
건강은 김재환의 장점 중 하나였다. 최근 세 시즌 동안 417경기를 뛰었다. 2017년에는 전 경기 출전이었다. 튼튼하던 김재환이 아프다. 두산에게는 예기치 못한 악재다.
대안 마련조차 쉽지 않다. 김 감독의 발언대로 타자 1명을 그 자리에 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3차전에는 임기응변으로 최주환을 4번타자로 기용했지만 6번타자일 때만큼의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과거 4번타자를 맡았던 오재일은 타율 0.091로 심각한 부진에 빠져있다. 최주환이 맡았던 6번타자로 올라갔으나 흐름을 번번이 끊었다.
포스트시즌에는 한, 두 명의 선수만 ‘크레이지 모드’가 발동돼도 승리할 수 있다는 격언이 있다. 그렇지만 다른 선수들이 어느 정도 뒷받침을 해야 가능하
김재환 없이도 타선이 폭발할 수 있을까. 8일 자칫 벼랑 끝에 몰릴 수 있는 두산에겐 큰 과제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