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안준철 기자] 트레이 힐만 감독이 사상 최초 한일 야구리그를 재패한 감독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한국 무대를 떠나는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고별 무대이기도 했다.
SK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6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연장 13회 혈투 끝에 5-4로 눌렀다.
이날 승리로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SK는 2010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SK의 통산 4번째 우승이다. SK는 김성근 감독 시절인 2007, 2008,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2009, 2011, 2012년에는 준우승에 오를 정도로 한국시리즈 단골손님이었다. 하지만 2013년 6위를 시작으로 왕조시절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 힐만 감독이 한국프로야구 홈 고별전이 된 2018 한국시리즈 5차전 승리 후 관중의 성원에 화답하는 모습. 사진=천정환 기자 |
사상 최초 한일 우승을 경험한 감독으로 기록된 힐만 감독은 이날 우승을 확정지은 경기가 한국에서 감독으로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가 됐다. 지난달 13일 정규시즌 종료를 앞두고 집안일을 이유로 먼저 재계약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2016시즌 종료 후 SK는 외국인 사령탑을 영입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닛폰햄 시절에도 젊은 선수들을 중요한 힐만 감독은 거포 수집으로 화력이 더 강해진 SK를 본격적인 홈런 군단으로 재탄생시켰다. 기존 최정 이재원 정의윤 등에 더해 한동민 김동엽에 제이미 로맥 등 새로운 거포가 더해졌다. 또 마운드도 박종훈과 문승원이 선발 요원으로 자리를 잡았고, 김태훈이 마당쇠로 거듭났다. 왕조 시절의 주역 외에도 새로운 얼굴을 발굴시키며 SK의 전력을 극대화시켰다.
힐만 감독은 야구 외적으로도 한국 야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부임 첫 해였던 지난 시즌에는 배우 김보성씨로 분장해 팬들 앞에 등장해 “의리!”를 외쳤고, 소아암 환우들을 위해 김광현과 함께 모발을 기부하는 행사도 주도했다. 시즌 중에도 인하대 소아암 환우들을 찾는 등 팬들에게 다양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던 유일한 감독이었다.
2006년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하고 헹가래를 받은 뒤 힐만 감독은 “신지라레나이(信じられない)”라고 말했다. ‘믿을 수 없어’라는 뜻이다. 이 말은 일본을 대표하는 유행어로 꼽히기도 했다.
이날 경기도 최정의 극적인 동점홈런으로 인한 연장 혈투 끝에 이기며 힘겹게 우승을 이끌었지만, 정규시즌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과정도 믿기 힘든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지난 2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SK는 9회 2사 후 동점, 연장 10회 1점 차 역전을 허용했으나 이어진 공격에서 백투백 홈런으로 재역전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갔다. “하루라도 더 힐만 감독님과 최대한 야구를 오래 하고 싶다”는 선수들의 의지가 만든 결과였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서는 “두산과 같은 강팀과 상대하게 돼 영광이다”라면서도 딱 맞아떨어지는 투수 교체, 상대 투수에 따라
이제 힐만 감독은 미국으로 돌아가지만, 그가 지난 2년 동안 SK사령탑으로서 보여준 행보는 한국 야구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팬들에게도 잊지 못할 고별 무대를 만든 힐만 감독의 화려한 피날레였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