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UFC와 ‘추성훈’ 아키야마 요시히로(43·일본)가 결별했다. 1170일(3년 2개월 13일) 전 양측의 약정 연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고위 인사도 이제는 대회사에 없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 유도 –81㎏ 금메달리스트 추성훈은 29일 오후 10시 48분 “마지막 도전을 시작할 때가 왔다”라면서 아시아 종합격투기 1위 단체 ONE과의 계약을 발표했다.
ONE은 30일 오전 1시 31분 “추성훈을 선수명단에 추가했다”라면서 “대한민국 서울에서 2019년 12월 20일 열리는 ‘영웅의 집(HOME OF HEROES)’이라는 대회를 통해 데뷔한다”라고 공지했다.
↑ UFC와 추성훈의 2015년 재계약은 한국/일본 양국에 모두 해박한 켄 버거 당시 UFC 부사장 겸 아시아 총책의 영향이 컸다.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 티켓 오픈 기자간담회 기조연설 모습. 사진=천정환 기자 |
MK스포츠와의 2015년 9월 8일 인터뷰에서 켄 버거는 “추성훈은 UFC에 오래 있을 만한 기량의 소유자다. 실력뿐 아니라 개성이 강하여 존재감이 대단하다”라면서 “흥행성도 빼놓을 수 없다. 미디어를 활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자신만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서) UFC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재목”이라고 극찬했다.
켄 버거는 아시아계가 많은 하와이 출생자다. IMG·국제축구연맹(FIFA)·UFC 소속으로 서울·홍콩·도쿄·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역에서만 27년 동안 업무를 해왔다.
일본어는 회화까지 가능할 정도다. 자연스럽게 켄 버거는 2015년 시점에서 추성훈이라는 존재를 UFC 다른 고위직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추성훈은 유도 선수 시절부터 한국과 일본을 아울렀고 이는 종합격투기 전향 후에도 마찬가지다.
모델로 유명한 아내 야노 시호(42·일본) 역시 여전히 한일 양국에서 모두 스타다. 딸 아키야마 사란(예명 추사랑·7·일본)까지 한국 지상파방송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 간판이 되는 등 추성훈은 부부와 부녀가 모두 스타인 보기 드문 유명세와 상업성을 지녔다.
UFC는 2016년 7월 9일 ‘윌리엄 모리스 인데버(WME)’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스포츠 매니지먼트로 유명한 IMG와 형제 기업이 된 것이다.
IMG 출신 켄 버거는 WME가 UFC 모회사가 되면서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였으나 돌아온 것은 2016년 10월 19일 UFC 모든 직책에서의 해고였다.
조 카 UFC 수석부사장 겸 국제콘텐츠 총책은 2017년 2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2018년 초 서울대회”를 언급했다. 성사될 경우 추성훈은 해당 경기를 끝으로 은퇴하는 것이 유력시됐으나 변수가 생겼다.
올림픽체조경기장 리모델링이 최초 기한으로 설정한 2017년 12월 29일보다 늦어지면서 UFC 한국이벤트도 발목이 잡힌 것이다. 2019년 1월을 목표로 한 서울대회도 무산됐다.
2019년이면 추성훈은 만44세가 된다. 기약 없는 UFC 한국이벤트를 준비하기보다는 ONE 첫 서울대회에 참가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이적을 결정했다.
추성훈이 UFC와 직접 관련된 게시물을 사회관계망(SNS)에 올린 것은 2017년 9월 14일이 마지막이다. 하염없이 미뤄진 UFC 한국대회가 추성훈의 마음을 떠나게 했다.
한국/일본에서 추성훈-야노 시호 부부와 추성훈-추사랑 부녀가 지닌 스타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켄 버거가 지금도 UFC 부사장단 일원이라면 계약 상호 해지 및 ONE 이적이라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UFC 서울 이벤트 장소가 올림픽공원 제1 체육관이라는 것은 기정사실이자 고정불변임이 여러 차례 확인됐다.
올림픽공원 제1 체육관은 2016년 9월 26일까지 ‘올림픽체조경기장’으로 불렸다. 2018년 7월 15일 리모델링을 마치고 KSPO DOME이라는 새 명칭을 얻었다.
올림픽체조경기장 시절이나 KSPO DOME으로 바뀐 지금이나 올림픽공원 제1 체육관은 한국 대형 이벤트의 상징과도 같다.
2019년 1월 UFC 서울대회 무산은 다름 아닌 예약 실패 때문이다. 이미 올림픽체조경기장 경험이 있는 켄 버거가 여전히 UFC 아시아 총책이었다면? 대관 어려움을 아는 만큼 발 빠르게 움직여 행사장을
추성훈이 2019년 1월 한국이벤트를 끝으로 종합격투기 경력을 마무리하는 것이 UFC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UFC는 추성훈이 아시아 시장 최대경쟁사 ONE의 대한민국/일본 시장 공략의 첨병으로 변신한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dogma0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