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오리아) 김재호 특파원] 지난 2014년 2월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던 윤석민이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협상중일 때, 오리올스 마이너리그 선수인 존 켈러가 트위터에 "윤이 막 사라소타(구단 스프링캠프 훈련지)에 도착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로 윤석민이 오리올스와 협상이 마무리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실수였다. 그가 말한 '윤'은 또 다른 윤이었다. 좌완 투수 윤정현(25)이 그 주인공. 2014년 루키레벨인 걸프코스트리그에서 마이너리그 생활을 시작했지만, 3년간 20경기에서 2승 4패 평균자책점 3.55의 성적을 남기고 쓸쓸히 팀을 떠났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가다보니 패기가 있었다. 모든지 '할 수 있다' 그런 생각으로 했던 거 같다. 올라가야지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 히어로즈에 입단한 중고 신인 윤정현, 그는 이번 시즌을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며 뛰고 있다. 사진(美 피오리아)= 김재호 특파원 |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만난 그는 "하고싶은 것을 하니까 재밌다. 2년반 동안 쉬면서 야구를 하고싶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한국 사람도 없었는데, 한국팀에 들어와 선배와 후배들이 모두 잘해주고 있다. 말도 통해서 안되는 것도 물아봐도 말도 잘 되고, 소통이 잘 되니까 좋은 거 같다"며 근황을 전했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기회를 잡고 싶다
윤정현은 오리올스에서 첫 두 시즌을 루키레벨에서 보냈고, 2016년 단기 싱글A 애버딘으로 승격했다. 6경기(선발 2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6.75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고, 그해 11월 방출됐다.
"내가 봐도 못해서 나온거니 할 말은 없다"며 당시를 떠올린 그에게 '시간을 되돌린다면 어떤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은가'를 물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기회를 한 번 더 잡아야한다는 생각으로 기회가 왔을 때 집중하고 싶다. 그게 흐트러져서 그렇게 된 거 같다."
그 말은 지금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기회가 오면 무조건 잡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잡지 못했고 안좋게 왔지만, 이번에는 마지막이다. 감독님도 '기회는 무조건 잡으라'고 하신다. 기회를 모두에게 똑같이 줄건데 기회는 무조건 잡으라고 말씀하신다."
지난 2년반은 그에게 기회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다. 해외 진출 선수가 복귀할 때는 2년간 드래프트 참가를 금지한 규정 때문에 그는 군에 입대했다. 그것도 육군 현역이었다.
"어차피 가야 할 군대였다. 할 수 없었다. 나는 빨리 한국에 가고 싶었다. 2년간 시합을 못 뛰는 것이 힘들다면 힘든 것이지만, 빨리 군복무를 끝내고 야구를 하고 싶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
그가 군복무를 한 곳은 포병부대. 사회에서 운동선수로 뛰다 왔다고 하면 특별 대우라도 받을 것 같았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그런 대우를 받으면 민원이 들어와서 할 수 없었다. 해야 할 것은 다했다. 야구가 너무 하고싶으니까 그 생각으로 버텼다."
야구 선수 출신으로서 군부대에서 누린 유일한 혜택은 캐치볼은 할 수 있었다는 것. 부대에서도 야구를 많이 했는데 공을 받아줄 사람이 없어 세게 던지지는 못했다고 한다. 사실상 휴식기였지만, 얻은 것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군대에서 함께 한 사람들과는 지금도 연락하고 지낸다. 응원도 많이 해주신다. 기대가 너무 많다(웃음). 나보고 '언제 나오냐'고 물어본다."
2년이 넘는 시간을 쉬었지만, 프로의 세계에서는 누구도 그에게 동정을 베풀지 않는다. "많이 쉬었지만, 자기가 해야하는 것이다. 다른 군대 갔다 온 사람들에게도 얘기를 들었지만, 결국 자기가 살아남으려면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현재 자신의 상태는 어떨까? "진짜 많이 쉬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말하는 것을 보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을 "마지막 기회"라고 표현했다.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매일 운동하고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실패한 뒤에는 군대에 갔다오고 기회가 주어졌다. 이번에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한다. (마이너리그에서 돌아 온) 다른 형들도 다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건강'을 강조했다. "안다치고 시즌을 보내는 것이 제일 목표다. 2년간 쉬기도 했으니 몸 관리도 해야한다"며 다치지 않는 시즌을 다짐했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