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류현진은 ’큰무대 체질’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줄곧 큰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지난해에도 디비전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나와 완벽한 투구를 하며 시리즈 승리에 기여했다. 이번에는 개막전 선발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잭 그레인키) vs LA다저스(류현진), 다저스타디움, 로스앤젤레스
3월 29일 오전 5시 10분(현지시간 3월 28일 오후 1시 10분)
현지 중계: 스포츠넷LA(다저스), FOX스포츠 애리조나(애리조나), ESPN(양 팀 시장 이외 지역 전국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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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진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한 번 큰무대 체질임을 보여줬다. 사진=ⓒAFPBBNews = News1 |
성공적이었던 캠프
류현진은 이번 스프링캠프 5경기에서 15이닝을 소화하며 14피안타 1피홈런 12탈삼진 6실점(5자책)을 기록했다. 마지막 두 경기에서 6실점을 허용한 것은 아쉬웠지만, 볼넷과 장타를 거의 허용하지 않으며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더 고무적이었던 사실은 특별한 이상없이 캠프를 치렀다는 것이다. 팀 동료 클레이튼 커쇼, 워커 뷸러, 리치 힐이 부상이나 관리 문제로 준비가 늦어진 것과 대조를 이뤘다. 그는 마지막 시범경기를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도 "(부상으로) 멈추지 않고 (캠프를) 잘한 거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불과 2~3년전 스프링캠프에서는 아프지 않고 무사히 던질 수 있을까,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될 수 있을까를 걱정해야 했던 그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캠프 초반부터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그가 개막 로테이션에 들어갈 것임을 확인했고, 결국에는 그를 개막전 선발로 지목했다. 커쇼, 뷸러, 힐의 시즌 준비가 차례대로 지연되면서 개막전 선발을 맡은, 사실상 다저스의 ’플랜D’다. 그러나 ’플랜A’ 못지않다. 이미 그는 지난해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커쇼를 대신해 선발 등판,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번에 다시 한번 ’큰무대 체질’임을 보여줄 때다.
첫 개막전, 그러나 낯설지 않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선발 등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인 투수로는 박찬호(2001, 2002)에 이은 두 번째다. 다저스에서 커쇼가 아닌 다른 투수가 개막전 선발로 나가는 것은 2010년 빈센테 파디야 이후 류현진이 처음이며, 아시아 출신 투수가 나서는 것은 2009년 구로다 히로키 이후 최초다.
메이저리그 개막전은 최초지만, 그렇다고 개막전이 낯선 것은 아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류현진을 상대 투수로 마주쳤던 강정호는 "한국에서 경험도 많은 친구라 개의치 않을 것이다. 자기 일을 잘하는 선수"라며 류현진이 한국 시절 경험을 살려 위축되지 않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은 한국프로야구에서 뛰던 시절 2007~2009, 2011~2012년 다섯 차례 개막전 선발로 나섰다. 5경기 성적은 1승 3패 평균자책점 5.81로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상대 팀의 시즌 개막전은 등판한 경험이 있다. 2014년 3월 31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원정경기. 호주 원정 2연전을 마치고 온 다저스는 커쇼가 어깨 염좌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자 류현진을 본토 개막전 선발로 냈다. 류현진은 7이닝 3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의 압도적인 투구를 했다. 팀은 1-3으로 졌지만, 그의 활약은 빛났다. 그해 4월 5일 홈 개막전에도 등판해지만, 2이닝 8핑나타 3볼넷 2탈삼진 8실점(6자책)으로 결과가 좋지 못했다 빅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5회 이전에 강판된 경기였다. 2017년에는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 개막전에 등판했다. 4 2/3이닝 6피안타 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며 상대팀 잔치의 제물이 됐다.
지난 시즌도 첫 등판은 고전했다. 애리조나와의 원정경기 3 2/3이닝 5피안타 5볼넷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5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제구에 애를 먹는 모습을 보여줬다.
↑ 케텔 마르테는 류현진을 상대로만 3루타 2개를 때렸다. 경계대상 1호다. 사진=ⓒAFPBBNews = News1 |
골디, 폴락 없다고 하지만
상대팀 애리조나는 이번 시즌을 맞이하며 폴 골드슈미트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트레이드했고, 주전 중견수 A.J. 폴락이 FA 자격을 얻어 다저스로 떠났다. 골드슈미트(26타수 11안타 3홈런)와 폴락(30타수 10안타)은 류현진을 가장 많이 괴롭혔던 타자들이다. 그 둘이 떠났으니 타선의 무게감이 상당히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좌완에게 강했던 스티븐 수자 주니어가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확정됐다.
그러나 방심은 이르다. 천적은 얼마든지 새롭게 등장할 수 있다. 케텔 마르테는 새로운 천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통산 상대 전적 9타수 3안타인데 그 3안타 중 2개가 3루타였다. 지난 시즌에만 류현진을 상대로 두 번의 3루타를 때렸다. 현재 애리조나 로스터에 포함된 타자들 중 류현진을 가장 많이 상대한 선수는 놀랍게도 새로 합류한 윌머 플로레스다. 12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
류현진 vs 애리조나 타자 상대 전적
닉 아메드 6타수 무안타
알렉스 아빌라 1타수 1안타 1타점 3볼넷
에두아르도 에스코바 4타수 1안타
윌머 플로레스 12타수 4안타 2타점 3삼진
제이크 램 1타수 무안타 1볼넷 1타점
케텔 마르테 9타수 3안타 1타점 1볼넷 1삼진
데이빗 페랄타 9타수 2안타 1볼넷 1삼진
↑ 그레인키는 류현진과 세 번째 맞대결을 한다. 사진=ⓒAFPBBNews = News1 |
옛정은 잠시 접어두고
상대 선발 잭 그레인키는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류현진과 한 팀에서 뛰었던 선수다. 지난 시즌 33경기에서 207 2/3이닝을 던지며 15승 11패 평균자책점 3.21의 성적을 기록했고 이번 시즌 개막전 선발로 낙점됐다. 시범경기에서는 3경기에 등판, 9 2/3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했다. 마지막 점검 무대였던 마이너리그 연습경기에서는 6 1/3이닝 10피안타 5실점을 기록했는데 원래 시범경기에는 그리 날카롭지 않은 선수다. 개막전에서는 모두가 알고 있는 그레인키의 모습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과는 두 차례 선발 대결했다. 2017년 9월 6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그레인키가 7이닝 4피안타 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1실점, 류현진이 6이닝 3피안타 5볼넷 7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두 선수 모두 승패없이 물러났고, 경기는 연장 끝에 애리조나가 3-1로 이겼다.
두 번째 대결은 2018년 9월 1일 역시 다저스타디움에서 있었다. 그레인키가 7 1/3이닝 6피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