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아니, 유 수석님, (시구) 치셔야 되는데...김용수 선배가 전력 다해 던질 거니깐 꼭 전력으로 쳐달라고 하셨어요. 농담 아니신 것 같던데요?”(차명석 LG 단장)
“에이, 허허허...무슨 시타 연습을 해요. 그냥 자연스럽게 하겠습니다. 자연스럽게 하하. 뭐 생각한 것이요? 없어요, 정말로요.”(유지현 LG 수석코치)
LG 트윈스가 29일, 2019시즌 홈 개막전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의미 있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이름하여 ‘홈 커밍데이’.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자는 취지다. LG의 역사 속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지난 1990년, 1994년 당시 영광의 얼굴들을 초대하고 그들이 이룬 역사를 소개하는 것이 핵심. 또 현재 선수들에게는 메시지를, 그리고 지금껏 함께해준 팬들의 사랑에 대해서는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이 행사의 주된 테마다.
↑ LG가 29일 홈 개막전 때 홈커밍데이란 이름으로 지난 90년 94년 우승당시 추억을 소환한다.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돼있다. 사진은 LG의 지난 94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모습. 사진 가운데가 홈 개막전 시구를 맡은 김용수 전 코치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
최근 LG는 새 대표이사 및 단장 취임을 시작으로 과거를 통한 현재 바라보기에 한창이다. 현역 레전드에 대한 최대한의 존중, 과거 레전드에 대한 예우, 지난 영광에 대한 향수 및 추억, 이를 토대로 한 미래의 우승 꿈까지. 이번 홈 개막전은 지금껏 진행 중인 이 과정을 보다 공식화하고 의미를 더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됐다.
무엇보다 팬들이 가장 갈망하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전진한다는 의미로 지난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억을 다시 살린 것이 핵심이다. 이날 개막전 시구는 LG의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의 순간을 함께했고 MVP로 빛난 팀 레전드 김용수 전 코치가 맡았다. ‘노송’이라 불린 김 전 코치는 LG 우승의 산 역사인 만큼 테마에 가장 어울리는 시구자였다. LG 구단은 일찌감치 김 전 코치를 개막전 시구자로 선정한 뒤 분주히 이에 따른 후속 준비를 진행했다는 후문.
시타와 시포는 LG의 역사이자 현재이기도 한 두 주역이 맡았다. 시타는 현재 팀 수석코치인 유지현, 시포는 LG 안방마님하면 떠오르는 김동수 현 코치가 책임진다. 김용수 전 코치가 던지고, 김동수 코치가 받고, 유 수석코치가 방망이를 휘두르는 그림이 그려진다.
27일 경기 전 만난 유지현 수석코치는 시타에 관해 질문하자 손사래를 치며 “영광의 자리에 선정된 것 자체가 기쁠 뿐”라며 구단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특별히 준비한 것 없이 자연스럽게 타석에 서겠다고. 김용수 전 코치가 전력을 다해 던질 것을 예고했다 전하자 민망한 듯 껄껄 웃었다.
유 수석은 이어 “몇 분이나 오실 줄 모르겠지만, 선배들과 인사도 나눌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마련된 것으로 안다. 현재도 1년에 한 번씩 12월(올해는 1월)에 그 멤버가 만나고는 있지만, 그라운드에서 만난다면 그 좋은 기운이 선수들에게도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며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유 수석은 “언제나 항상 LG 팬들이 진심을 다해 응원해주시는 것 잘 알고 있다. 응원을 들을 때마다 팬들의 어떤 기운이 느껴진다. 눈물이 날 때도 있더라. 우리가 정말 책임감을 느낀다”며 “팬들 때문이라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 더 잘해야겠다, 매일 생각한다. 선배들의 좋은 기운이 선수들에게 전해졌으면 정말 좋겠다”고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LG는 이날 시구 행사 외에도 선수단 출사표 영상상영, 90-94년 우승멤버들의 메시지 볼 전달, 사인 볼 관중석
LG는 2019시즌 개막 초반 파죽의 3연승을 달리다 2연패로 주춤한 상태. 다만 안정된 마운드 속 초반 예사롭지 않은 행보를 보인다는 평가다. 선배들의 기원이 후배들에게 전달 될 수 있을까. hhssjj27@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