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들에게 연락하면서 '제가 복수했습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멕시코 4강 신화 재현을 꿈꾸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의 맏형 조영욱(20·FC서울)의 바람입니다.
한국 대표팀은 25일 오후 1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의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을 치릅니다. 상대는 우승 후보로 꼽히는 포르투갈입니다.
포르투갈과는 U-20 월드컵에서 2경기 연속 맞붙는 묘한 인연을 쌓게 됐습니다.
2017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대회 16강전에서 한국은 포르투갈과 만나 1-3으로 졌습니다.
이번 폴란드 월드컵에 나서는 대표팀에는 2년 전 포르투갈전 패배를 그라운드에서 지켜본 선수가 딱 한 명 있습니다.
바로 조영욱입니다. 조영욱은 당시 대표팀 막내였지만 16강전까지 우리 대표팀이 치른 4경기를 모두 뛰었습니다.
조영욱은 대표팀이 24일 비엘스코-비아와 리고타 훈련장에서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마지막 훈련을 하기 전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습니다.
먼저 조영욱은 '2년 전 1차전을 앞뒀을 때도 생각이 많아져서 낮잠을 못 잤는데 오늘도 낮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포르투갈 중앙수비수들을 어떻게 뚫어내야 할까 등 여러 생각에 잠을 쉽게 못 들었던 거 같다"면서 "내가 잘하는 침투 움직임이나 우리가 준비하는 카운터어택 등을 이미지 트레이닝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고는 "한번 경험을 했지만 떨리는 것은 마찬가지다"라고도 했습니다.
이어 '복수' 얘기가 나왔습니다.
조영욱은 "아무래도 우리 팀원들보다 제가 더 그런 것은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다시 지면 혼날 거 같은데…"라고 잠시 웃고 나서는 바로 얼굴색을 바꾸고는 "경기장에서 2년 전 받은 것을 꼭 복수해 형들에게 연락하면서 '제가 복수했습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이번 포르투갈 대표팀에는 2년 전 한국과 경기에 출전했던 선수 다섯 명이 다시 포함됐습니다.
선발 출전했던 골키퍼 디오구 코스타와 풀백 디오구 달로트를 비롯해 후반 교체 투입됐던 플로렌티누 루이스, 제드송, 미겔 루이스가 두 번째 U-20 월드컵 출전을 준비 중입니다.
조영욱은 "그 선수들도 좋은 선수니 두 번 뛰는 거라 생각한다"면서 "이번에는 꼭 이겨보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조영욱도 포르투갈이 넘기 힘든 벽인 것을 인정합니다.
그는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패한다는 가정을 빼놓을 수는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곧 "이번 대회가 한 경기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2, 3차전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포르투갈과 첫 경기에서 지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얼마나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포르투갈,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와 한 조에 속해 16강행 티켓을 다툽니다.
조영욱은 골에 대한 간절한 마음도 감추지 않았습니다.
2017년에는 4경기 모두 풀타임을 뛰었지만 한 골도 넣지 못했던 그였습니다.
그는 "한 골만 넣으면 더도 바라지 않는다"면서 "한 골 넣으면 자연스럽게 더 들어갈 수도 있는 거니 우선 한 골만 생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감독님들이 많이 불러주시고 기회를 주신 덕분에 20세 이하 대표팀 경기를 생각보다 많이 뛰었다"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특히 정정용 현 감독님과는 워낙 어릴 때부터 같이 해온 만큼 마지막에 선물 하나 드리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골 세리머니는 원래 잘 생각을 안 한다"는 그였지만 "포르투갈전이 아니더라도 득점에 성공하면 엠블럼에 키스 한번 해보고 싶다"며 미소를 짓기도 했습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끈 2년 전 대표팀 컬러는 공격적이었습니다. 지금 대표팀은 워낙 강팀들과 한 조에 속하다 보니 '선수비 후역습'에 중점을 두게 됐습니다.
이에 대해 조영욱은 "2년 전보다는 공격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수비만 하는 팀은 아니다"라면서 "공격수에게 경기마다 골 찬스는 온다. 그 기회만 잘 살려 골을 넣는다면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공격수들은 경기 때마다 얼마 오지 않는 찬스를 얼마나 잘 살리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 우리 팀에도 스타 플레이어가 있고 재작년에도 있었다. 그 뒤로 열심히 뛰어준 선수도 있다. 2년 전과 지금의 대표팀은 똑같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현 대표팀 선수들은 4강, 나아가 우승을 목표로 얘기합니다. 조영욱은 경험이 있기에 이 목표가 얼마나 이루기 힘든 일인지를 누구보다 잘 압니다.
조영욱은 "자신감 있는 모습은 상당히 보기 좋은 것 같다"면서 "다만 그 자신감이 경기장에서 나왔을 때는 목표를 이룰 수 있겠지만 말에 그치게 된다면 꿈으로만 끝날 것이다. 운동장에서 보여줘야 하고, 선수들도 다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감독님도 말로만 하지 말고 운동장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선수들이 그런 목표를 잡는 것은 그만큼의 각오가
조영욱은 소속팀이 라이벌 관계인 전세진(수원)과 이번 대회에서 투톱으로 호흡을 맞출 가능성이 큽니다.
조영욱은 "소속팀은 라이벌이지만 서로 걱정하고 위로하는 사이다"라면서 "같은 팀이 됐을 때 시너지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