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황석조 기자
“2군에 다녀온 뒤부터는 스스로 마무리라고 생각 안 한다.”
꽤나 충격발언. 하지만 여전히 두산 베어스 마무리투수는 함덕주였다. 그는 잠시간 공백이 무색하게 복귀전부터 세이브를 수확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사령탑 역시 마무리투수로서 함덕주가 가진 역할에 주목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로 성장했지만 함덕주는 시련의 5월을 겪었다. 부진이 쉽게 끝나지 않았다. 스트레이트 볼넷 같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 나오곤 했다. 결국 지난 16일 함덕주는 1군에서 말소됐다. 2군서 조정기를 가졌다. 그리고 열흘만인 26일 잠실 한화전에 복귀했다. 함덕주는 복귀전서 세이브를 수확, 복귀신고를 했다.
↑ 두산 베어스 마무리투수 함덕주(사진)가 부진을 털고 지난 26일 1군에 복귀해 세이브를 수확했다. 사진=MK스포츠 DB |
부진과 이어진 2군행, 그리고 복귀. 함덕주는 이 기간 스스로를 돌아보고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심리적인 문제였던 것 같다”고 원인을 꼽은 함덕주는 “2군행 통보를 받았지만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 않았다. 위축된 부분이 있었는데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줘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2군서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경찰야구단과 연습경기 2이닝 1피안타 3볼넷 1실점, 상무전 1이닝 2피안타 1사구 2실점(1자책) 등 만족스럽지 못했다. 함덕주 스스로도 “2군서 좋지 않아 불안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할 정도.
하지만 그는 복귀전서 우려를 불식시켰다. 시작위기를 넘기니 서서히 기량이 나왔다. 좋았을 때 기록도 따라왔다. 고비를 이겨낼 여지가 생긴 것이다. 함덕주는 “오늘 경기를 계기로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강조했다.
함덕주는 동료와 벤치에 대한 감사함을 빼놓지 않았다. “동료들과 벤치가 믿어줘서 잘 할 수 있었다. 그동안 (동료들에게) 미안했다”고 말한 함덕주는 “미안했던 만큼 이제 조금이나마 짐을 같이 들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함덕주는 마무리역할 관련 질문에 “2군에 다녀온 뒤부터 스스로 마무리라고 생각 안 한다”고 다소 겸손한 발언을 했다.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 속에 겸손함도 묻어났다.
단, 김태형 감독은 복귀전부터 타이트한 마무리투수 역할을 맡기며 신뢰를 내비쳤다. 경기 전 김 감독은 함덕주 관련 “마무리투수가 있고 없고에 따라 경기운용과 그에 따른 상대가 느끼는 차이가 크다”며 함덕주 존재 자체만으로도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신뢰가 가득한 메시지였다. hhssjj27@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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