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덴버) 김재호 특파원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이런 날도 있는 법이다. 류현진에게 이날 경기는 뭘 해도 통하지 않는 그런 날이었다.
류현진은 29일(한국시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 선발 등판, 4+이닝 9피안타 3피홈런 1볼넷 4탈삼진 7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 81개, 평균자책점은 1.83으로 올랐다. 7자책은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최다 자책 기록이다.
모든 것이 5회에 무너졌다. 다섯 타자에게 연달아 안타를 허용했다. 그것도 잘 맞은 안타들이었다. 2루타가 2개, 홈런이 2개였다. 공교롭게도 그가 갖고 있는 다섯 개의 구종으로 하나씩 안타를 얻어맞았다. 한마디로 속수무책이었다.
↑ 류현진에게는 뭘 해도 안 되는 날이었다. 사진(美 덴버)=ⓒAFPBBNews = News1 |
지난 경기에서 잘 통했던 커브를 많이 사용했고, 실제로 효과도 있었다. 세 개의 범타와 두 번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체인지업도 좋았다. 범타 네 개와 세 개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나쁜 내용은 아니었다. 그러나 한 순간에 무너지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악재가 많았다. 고지대에 공기가 희박한 쿠어스필드, 여기에 섭씨 33도에 육박하는 더위로 타구가 더 멀리 날아갔다. 류현진이 허용한 홈런 몇 개는 다른 구장에서는 잡힐 수 있는 타구들이었다. 라즈 디아즈 주심의 스트라이크존도 너무 인색했다. 제구로 승부를 하는 류현진에게는 최악의 조건이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결국 그에게 있었다. 패스트볼 제구가 안됐다. 이날 던진 28개의 포심 패스트볼 중에 15개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났다. 지난 등판을 마친 뒤 "이날보다 제구가 더 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오히려 그것보다 안 되는 모습이었다. 3볼 승부가 여섯 차례나 있었다. 이중 볼넷은 한 개만 내줬지만, 홈런이 한 개, 안타가 두 개가 있었다. 한마디로 대부분이 안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날 등판으로 류현진의 쿠어스필드 등판 성적은 평균자책점 9.14(20 2/3이닝 21자책)가 됐다. 쿠어스필드는 그를 위한 장소가 아니었고, 오늘은 그의 날이 아니었다. greatnemo@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