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6월 30일 수원 KIA-kt전에서는 kt 투수 주권의 수비력이 화제를 모았다. 9회 1사 1루서 대타 나지완의 땅볼을 왼발로 막은 것. 그의 종아리를 맞고 뒤로 흐른 공을 2루수 고명성이 재빠르게 1루로 던져 아웃시켰다.
주권의 완벽한 어시스트였다. 딱딱 맞아떨어질 정도로 마치 모든 게 계산된 듯했다. 진기명기에 나올 법한 장면이었다.
주권은 이 이야기에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공을 잡으려고 했는데 몸이 1루로 쏠려서 어려웠다. 최대한 막아보고자 왼 다리를 뻗었다. 빗맞았기 때문에 2루로 향할 수 있던 데다 느린 타구의 바운드가 앞으로 달려가던 (고)명성이에게 딱 맞아떨어져 호수비가 가능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 kt 주권은 최근 10경기 평균자책점 0.84를 기록했다. kt의 반등에는 그의 공이 크다. 사진=김영구 기자 |
타구를 맞고도 계속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오정환을 공 4개로 헛스윙 삼진을 잡은 뒤 그의 임무도 끝났다. 마운드를 내려가니 가볍게 통증이 느껴졌다. 주권은 “괜찮았는데 (이닝 교대 후)긴장이 풀렸는지 조금 아팠다. 아주 조금”이라고 웃었다.
주권의 수비력은 그 호수비 하나만이 아니다. 주권은 8회와 9회를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으며 4-3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주권의 호투는 진행형이다. 6월 9일 수원 롯데전 이후 10경기 평균자책점이 0.84(10⅔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6월 20일 고척 키움전서 샌즈에게 홈런을 맞은 게 유일한 실점이다.
주권이 불펜에서 든든하게 지켜주기 때문에 kt의 상승세가 가능했다. 6월 23일 수원 NC전에는 7회 1사 만루에 구원 등판해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냈다.
주권은 “타이트하거나 위기 상황에 자주 등판한다. 편하게 마음먹으려고 해도 긴장을 좀 할 수밖에 없다. 내게 타구가 올 수 있다는 생각에 대비하는 편이다. 그런데 우연히 번번이 그 생각대로 된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최근 체인지업을 많이 던졌더니 타자들이 이에 대비하더라. 그래서 다른 구종 비율을 높였더니 제구가 안 됐다.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체인지업을 가장 잘 던지니 자신 있게 던지라고 하셨다. 그렇게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 kt 주권은 6월 30일 KBO리그 수원 KIA전에서 9회초 환상적인 수비를 펼쳤다. 사진=SPOTV2 중계 캡쳐 |
지난해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주권의 선발투수였다. 구원투수 임무를 맡은 지도 1년이 지났다.
주권은 “선발투수에 대한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현재 불펜에서 잘하고 있는 만큼, 이 역할에 최석을 다하고 싶다. 무엇보다 나를 믿고 기회를 주시는 감독님과 코치님께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전했다.
주권은 2015년 신생팀 우선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4시즌, 그는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주권은 “(가을야구를)안 해봤기 때문에 해보고 싶다. 6월까지 잘 마쳤으니 7월에도 잘 준비해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