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안준철 기자
이범호(38·KIA타이거즈)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꽃’이었고, 다시 ‘꽃’으로 다가왔다.
1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이범호의 은퇴식이 열렸다. 대구고를 졸업한 2000년 신인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이범호의 찬란했던 20시즌 동안 현역 생활이 마무리됐다.
이날 KIA 선수단과 직원들은 25번 이범호 유니폼을 착용해, 이범호의 현역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 1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19 프로야구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 이범호가 동료들의 영상 메시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광주)=천정환 기자 |
꽃다발 전달이 끝나면 동판으로 특별 제작된 3루 베이스와 골든 글러브, 순금 도금 배트, 유니폼 액자 등 기념품을 전달했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이범호의 가족이 함께 하는 시구/시타 행사가 열렸다. 이범호의 아들(황)과 딸(다은)이 각각 시구/시타자로 나서고, 이범호가 포수 자리에 앉아 아들의 공을 받았다.
이날 이범호는 6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5회말까지 세 타석에 들어서 2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만루의 사나이답게 5회말 마지막 타석은 2사 만루에서 들어섰지만, 좌익수 뜬공으에 그쳤다. 6회초 박찬호와 교체되면서 더그아웃에 들어가던 눈물을 머금고 이범호는 모자를 벗고 3루쪽 KIA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날 경기는 5-10으로 KIA가 패했다.
경기 후에는 은퇴식이 열렸다. 만루홈런 퍼포먼스를 통해 김선빈의 배팅볼을 담장 밖으로 넘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가족들의 메시지와 아내 김윤미씨의 송별사에는 눈물이 터졌다. 동료들과 팬들에게 고별사를 말하는 이범호의 얼굴은 눈물로 번졌다. 비에 젖은 꽃이었다. 마지막은 동료들과 팬들과 포옹을 하며 마무리했다.
의미있는 은퇴식이었다. 프로생활을 시작한 한화와의 경기에서 은퇴를 하게 됐다. 한화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시즌 동안 몸담았던 친정팀이다. 이후 이범호는 2010시즌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입단했다가 2011시즌부터 KIA유니폼을 입고 9시즌을 치렀다. 2014~2016시즌 동안은 주장을 맡아 선수단을 이끌었고, 2017시즌에는 KIA의 통합우승을 함께하며, 유일한 챔피언 반지도 얻었다. 이범호의 ‘화양연화’였다.
이날까지 통산 2001경기를 뛴 이범호는 329개의 홈런을 때리며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3루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17개의 만루홈런으로, KBO리그에서 가장 만루홈런을 많이 생산한 만루의 사나이로 각인돼있다. 포스트시즌까지 더하면 18차례의 만루홈런을 때렸다.
↑ 1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19 프로야구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 KIA 이범호가 아들 이황의 시구를 시포하며 미소짓고 있다. 사진(광주)=천정환 기자 |
꽃이란 별명은 처음에는 비아냥의 의미였다. 하지만 홈런을 때리고 짓는 미소는 꽃처럼 아름다웠다. 야구팬들은 이범호를 진정한 야구의 꽃으로 여겼다.
그렇게 꽃은 떠났다. 챔피언스필드를 가득 메운 팬들이 “이범호! 이범호!”를 연호하자, 그는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이범호는 그렇게 하나의 몸짓에서 꽃이 됐다. 대전에서 핀 꽃이 광주에서 만개했다.
‘꽃’ 이범호, 그는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됐다. jcan1231@maek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