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상암) 이상철 기자
논란 많은 유벤투스의 방한이었다. 대회 주최 측의 미숙한 운영으로 본 경기를 하기도 전부터 탈이 났다. 지연 입국에 팬 미팅 축소, 게다가 지각으로 킥오프가 50분이나 지연됐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아예
지금껏 수많은 해외 클럽이 친선경기를 하러 방한했으나 이처럼 차질을 빚은 적이 없었다. 대회 주최 측은 행사를 할 때마다 ‘죄송하다’고 허리를 숙여야 했다.
그렇지만 적어도 경기력 논란은 없었다. 경기 당일 입국한 유벤투스는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피로할 법했으나 열정적으로 그라운드를 뛰었다. 설렁설렁 뛰는 선수가 없었다.
↑ 팀 K리그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유벤투스와 친선경기에서 전반 44분 세징야의 골이 터지자 단체 호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서울 상암)=김영구 기자 |
유벤투스는 전력을 쏟았다. 호날두가 선발 제외됐으나 마리오 만주키치, 곤살로 이과인. 미랄렘 퍄니치, 마타이스 데 리흐트 등 주요 선수가 베스트11에 포함됐다.
전반 6분 만에 오스마르(서울)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에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2분 만에 사이몬 무라토레가 동점골을 넣었다. 짧은 패스 플레이로 팀 K리그의 수비를 허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전반 17분에는 동점골을 도왔던 이과인이 대포알 슈팅을 시도했다. 골키퍼 조현우(대구)가 힘겹게 펀칭으로 쳐냈을 정도로 세기가 강했다.
유벤투스는 이탈리아 세리에A 최강 팀이다. 2011-12시즌부터 7연패를 달성했다. 그 실력은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서서히 주도권을 장악하며 팀 K리그를 압박했다. 유벤투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이 환호했다.
유벤투스에 대한 인기는 대단했다. 가히 폭발적이었다. 짓궂은 날씨에 값비싼 입장권에도 빈자리가 없었다. 이날 오전 장대비로 취소표가 있었으나 금세 다 팔렸다.
↑ 박주호의 딸 박나은 양(오른쪽)은 동생 박건후 군과 매치볼 키즈로 26일 팀 K리그-유베투스전이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사진(서울 상암)=김영구 기자 |
특히 호날두를 향한 ‘사랑’은 뜨거웠다. 벤치에 앉은 호날두가 전광판에 뜰 때마다 환호성이 터졌다. 그 어떤 선수보다 더 컸다. 호날두가 작은 손짓으로 인사하자 함성소리는 경기장 밖으로 떠나갈 듯 했다.
이벤트 매치여도 박진감이 넘쳤다. 꽤 흥미로웠다. 고전하던 팀 K리그가 전반 38분 조현우의 선방 이후 반격에 나섰다.
그리고 전반 44분 균형을 깼다. 김보경(울산)의 패스를 받은 세징야(대구)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세징야는 호날두에게 보란 듯이 호날두의 전매특허 ‘호우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를 본 호날두는 피식 웃었다.
팀 K리그는 기세를 몰아붙였다. 후반 4분 타가트(수원)의 추가골까지 터지며 3-1, 2점차로 달아났다. 후반 18분에는 박주영(서울)의 헤더 슈팅이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하루 밖에 손발을 맞추지 못했으나 유벤투스를 상대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친 팀 K리그였다.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사진(서울 상암)=천정환 기자 |
유벤투스의 저력도 빛났다. 그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후반 32분 블레즈 마튀디와 후반 35분 마테우스 페레이라가 잇달아 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
3-3 무승부. 총 6골이 터졌다. 말 많고 탈 많은 친선경기였으나 축구의 묘미를 일깨워준 한 여름밤의 ‘드림 매치’였다. 그래도 호날두의 결장은 못내 아쉬움을 남겼겠지만.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