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감동적인 부자(父子) 시구였다.
야구장을 한 번도 찾지 않았던 아버지의 시구를 직접 받은 이동현은 큰절을 올렸다. 그리고 포옹을 했다.
29일 잠실 두산-LG전은 이동현의 은퇴 경기다. 현역 은퇴 의사를 밝혔던 이동현은 2001년부터 19년간 입은 LG 유니폼을 반납한다. LG에 헌신한 이동현을 위해 경기 후에는 은퇴식이 거행된다.
↑ 이동현(18번)이 29일 잠실 두산-LG전에서 아버지와 시구·시포를 했다. 공을 받은 이동현은 큰절을 올린 뒤 아버지와 포옹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
이날 시구자는 특별한 인물이었다. 이동현의 아버지 이형두 씨. 아들은 아버지를 시구자로 초청했다.
아버지의 야구장 나들이는 이동현이 프로에 입문한 후 처음이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부모님은 야구장을 찾기 힘들었다. 밖에 나가 ‘이동현이 내 아들이다’라고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밝힐 수 없었다.
경기 전 기자회견을 가졌던 이동현도 아버지 이야기에 왈칵 눈물을 쏟았다. 울먹거리던 그는 “아버지께서 다른 집에서 일을 도와주시며 힘들게 사셨다. 어느 날 한 집에 일하러 가셨는데 내 유니폼이 걸려있다더라. 그렇지만 차마 ‘내 아들이 이동현이다’라고 말씀하시지 못하셨다. 어머니도 아버지께 ‘어디 가서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너무 죄송했다”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이동현이 현역 시절 술에 입을 대지 않도록 권했다. 몸 관리를 잘하라는 의미였다. 이동현은 은퇴 경기를 앞두고 아버지와 함께 소주잔을 들었다. 첫 술자리였다.
이동현은 “아버지께서 ‘그동안 고생했다. 고마웠다’라고 말씀하셨다. 부모님께서 힘들게 키우신 아들이 이렇게 은퇴하게 됐다. 오늘 부모님이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 이동현(18번)이 29일 잠실 두산-LG전에서 아버지와 시구·시포를 했다. 공을 받은 이동현은 큰절을 올린 뒤 아버지와 포옹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
아버지께 시구를 부탁드린 이유 중 하나는 포옹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들의 등번호 18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아버지는 아들을 19년간 응원한 팬도 챙겼다. 1루, 3루 등 관중석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감사하다”라고 인사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