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이상철 기자
장정석 키움 감독은 1년 전 실패를 거울삼아 가을야구에서 투수 보직 파괴를 선언했다. 약점에서 강점이 된 불펜을 극대화하기 위한 ‘승부수’다.
장 감독은 5일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오주원이 꼭 맨 마지막 투수로 등판하지 않는다. 중요한 상황에 투입할 수 있다. 불펜의 보직을 일일이 결정하지 않았다. 5회부터 모든 투수가 준비한다”라고 밝혔다.
키움과 LG의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투수다. 키움은 14명으로 LG(12명)보다 2명이 더 많다.
↑ 조상우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없었다. 승부처마다 투입될 그는 어떤 공을 던질까. 사진=김영구 기자 |
장 감독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4선발 체제로 치렀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 브리검을 포함해 요키시, 최원태, 이승호 등 4명이 앞문을 맡는다.
이들을 제외한 김상수, 오주원, 한현희, 조상우, 김동준, 김성민, 윤영삼, 양현, 이영준, 안우진 등 10명의 투수가 후반을 책임진다.
키움의 승부수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SK와 명승부를 펼쳤으나 한국시리즈에 탈락했다. 허리 싸움에서 밀렸다. 자원을 폭넓게 쓰기 어려웠다. 이번에는 ‘다양성’을 강조했다.
안우진의 활용 방법도 바뀌었다. 안우진은 지난해 포스트시즌 최고의 핫플레이어(6경기 3승 평균자책점 1.15)였다. 1이닝부터 5⅔이닝까지 소화했다. 3이닝 이상만 3번이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최대 2이닝만 맡는다. 어깨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안 된 점도 있으나 역할을 나눠 맡을 동료들이 많아졌다. 그만큼 키움 불펜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올해 키움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3.41로 1위다. 2위 두산(3.64)보다 0.23이 낮다. 신·구 조화를 이룬다. 특정 선수에게만 기대지도 않는다.
91홀드로 지난해(72개)보다 19개나 늘었다. 10개 구단 체제가 된 2015년 이후 키움 시즌 최다 홀드 기록이다(한 팀 최다 홀드 기록은 2019년 SK의 92개).
마정길 키움 불펜코치는 “감독님의 결정에 일리가 있는 게 올해 불펜 투수들이 다 잘했다. 불펜 평균자책점 1위다. 특정 몇 명에게 긴 이닝을 맡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단기전이다. 자료를 바탕으로 변칙 기용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실패가 영향을 미쳤다. 마 코치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아쉬움이 커서 만회하고자) 만반의 준비를 했다. 다양한 전략 중 하나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투수가 (성향에 따라) 타자 1명 혹은 2명만 상대한다. (긴 이닝보다 승부처마다 아웃카운트 1·2개 등) 그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투수들도 (타자와 대결에) 더 집중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정규시즌과 비교해 크게 바뀌는 건 아니다. 투수들이 좀 더 빨리 준비한다. 그리고 ‘신뢰하는’ 동료들에게 공을 넘긴다.
마 코치는 김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