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아빠’. 윤영삼(27·키움)을 더욱 힘내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다.
지난 6일은 윤영삼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자신과 쏙 빼닮은 아들과 처음으로 만났다.
벤치에서 목소리를 목청껏 외쳤던 그는 키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직후 발이 땀나도록 병원으로 달려갔다. 경기가 끝나고 4시간여 뒤 아들이 태어났다.
↑ 키움 투수 윤영삼이 7일 LG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구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윤영삼은 “새벽부터 아내의 진통이 심했다. 병원과 야구장을 오갔는데 멀지 않았다. (아들이 아빠를 기다려줬는지) 경기 종료 후 출산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었다”라며 “내가 아빠가 된다는 게 정말 좋았다. 새로운 세상 같았다”라고 기뻐했다.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들었던 윤영삼은 어느 해보다 구슬땀을 흘렸다. 남편과 아빠로서 책임감이었다.
54경기 3승 3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2.87의 성적을 거뒀다. 2011년 프로 입문 후 최고의 시즌이었다.
동료들의 축하를 받은 윤영삼은 “정말 나를 쏙 빼닮았다. 아내와 같이 많이 울었다. 행복의 눈물이었다. 아빠가 되니까 진짜 힘이 난다. 고생을 많이 한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앞으로 잘해야 한다. 그게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라고 밝혔다.
출산 예정일(24일)보다 빨리 태어나는 데다 아내 혼자 분만실에 있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하기도 했다. 하지만 술술 잘 풀렸다. 아내와 아들은 건강했고 팀도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짐을 덜고 본격적으로 가을야구에만 집중한다. 의지를 다지고자 머리카락도 짧게 잘랐다. 윤영삼은 7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호출을 받았다. 0-3의 5회초였다. 타선이 반격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불펜이 버텨야 했다. 그의 포스트시즌 2번째 경기였다.
데뷔전은 잊고 싶은 기억이다. 2018년 10월 27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4의 5회말 등판했으나 공 4개만 던지고 강판했다. 피안타 2개로 무사 1, 2루 위기를 초래했다. 불을 끄러 출동한 안우진이 김성현에게 3점 홈런을 맞았다.
1년 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이었다. 아빠의 이름으로 더욱 힘껏 공을 던졌다. 첫 타자 채은성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더니 공 11개로 삼자범퇴로 막았다. 6회초 1사 후 구본혁의 번트 안타와 이천웅의 볼넷으로 위기에 몰렸으나 바통을 넘겨받은 김동준이 무실점으로 막았다.
가슴을 쓸어내린 윤영삼은 미소를 되찾았다. 키움이 10회말 주효상의 끝내기 땅볼로 5-4 역전승을 거뒀다. 윤영삼
‘꿀덩이 아빠’ 윤영삼의 가을야구는 계속된다. 그는 “어떤 상황이든지 기회를 얻으면 잘하겠다는 각오다. 나도 팀도 중요한 경기인 만큼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특히 아내와 아들을 생각하며 마운드 위에서 열심히 공을 던지겠다”라고 말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