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북한 선수들이 너무 예민하고 거칠게 반응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이야기대로였다.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축구 대결은 일반적이 축구 경기가 아니었다.
대한축구협회(KFA)가 17일 공개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북한-한국전 영상에서 북한 선수들은 흥분했다. 작은 플레이 하나하나가 거칠었다. 역습을 시도하던 손흥민을 뒤에서 밀쳤다. 발은 높았으며 백태클도 서슴지 않았다.
↑ 대한민국은 15일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가진 북한과의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전반 30분 리영직과 후반 1분 리은철은 각각 황인범, 김문환을 쓰러뜨려 경고를 받았다. 카타르 출신 주심이 당연히 옐로카드를 꺼내야 할 만큼 거친 파울이었다.
한국 선수들을 자극하려는 ‘작전’일 수도 있다. 북한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는 경기 내내 이어졌다.
손흥민은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부상 위험이 너무 컸다. 축구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다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태극전사의 귀띔대로 선수단이 충돌했다.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된 건 킥오프 6분 만이다.
김진수(전북 현대)가 롱 스로인을 시도했고, 나상호(FC 도쿄)가 공중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북한 수비수 박명성을 밀었다.
곧바로 북한 선수들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양 팀 선수들이 모인 가운데 리영철, 리용직, 박광룡은 정우영(알 사드)을 여러 차례 밀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황인범(밴쿠버 화이트캡스)가 북한 선수에게 가격을 당해 분위기가 더욱 험악해졌다. 북한 주장 정일관이 동료들을 진정시킬 정도였다.
다만 경기력은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 어려웠다.
“전체적으로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준비한 부분을 충분히 펼치지 못했다”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총평대로 한국은 북한에 꽤 고전했다.
북한은 강한 압박과 체력으로 공세를 펼쳤다. 수비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깼다. 전반 9분 골문으로 향한 리은철의 크로스를 골키퍼 김승규(울산 현대)가 가까스로 쳐내기도 했다.
한국의 경기격은 후반 들어 조금씩
후반 26분에는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황희찬(레드불 잘츠부르크)과 김문환(부산 아이파크)의 슈팅이 잇달아 골키퍼 안성태의 선방에 막히면서 승점 1에 만족해야 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