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어느 때보다 간절한 승리였다. 인천의 K리그 통산 600번째 경기였으며 시즌 마지막 홈경기였다. K리그1 파이널B 37라운드 결과에 따라 잔류를 확정할 수도 있었다.
24일 상주-인천전이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췌장암 4기 진단을 받고 병마와 싸우고 있는 유상철 감독을 위한 경기이기도 했다. 한마음 한뜻이었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찾은 관중 1만1463명도 유 감독의 이름을 힘차게 외쳤고 쾌유를 바라는 현수막과 플래카드로 응원했다.
10월 건강 이상 소문이 돌던 유 감독은 상주전을 앞두고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아 투병 중이라고 공개했다. 쾌유를 비는 격려와 성원이 이어졌고 유 감독도 용기를 얻었다. 그렇지만 냉혹한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인천은 잔류와 강등 사이에 놓여있다.
↑ 췌장암 투병 중인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파이널B 37라운드 상주 상무전에서 팀을 지휘하고 있다. 사진(인천)=옥영화 기자 |
반년도 지나지 않아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도 유 감독은 흔들리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인천 팬과 ‘K리그1 잔류’를 약속했다. 지킬 수 있는 약속이 되기 위해 상주를 반드시 잡아야 했다.
유 감독도 선수들을 독려했다. 다만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경기에만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감독이 아닌 인천 팬을 위한 선물을 주자고 강조했다.
감독의 주문에도 인천 선수들은 팀과 팬, 그리고 감독을 위해 뛰었다. 인천 팬도 감독과 함께 ‘기적’의 환희를 누리고 싶었다.
운명의 킥오프 휘슬이 울리고 인천이 초반부터 상주를 몰아붙였다. 무고사, 명준재, 김호남을 앞세워 상주의 골문을 두들겼다.
그러나 ‘정정당당하게’ 싸우겠다던 상주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김태완 상주 감독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경기다. 상대를 존중하며 이런 상황에서 질 수는 없다. (인천과 잔류 경쟁을 벌이는) 제주, 경남을 이긴 만큼 인천전도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반 중반 이후 흐름이 바뀌었다. 상주의 거센 반격이 펼쳐졌다. 전반 36분 류승우의 슛은 크로스바를 때렸다. 경남이 성남에 1-0으로 리드하고 있던 터라 인천의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킥오프 전 추적추적 내리던 가을비는 그칠 줄 몰랐다. 선수들의 유니폼은 흠뻑 젖었다. 수중전에 발은 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발 더 뛰려는 인천 선수들의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이 흘렀다. 어떻게든 골을 넣어 이기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 췌장암 투병 중인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의 쾌유를 비는 현수막이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상주 상무전이 열린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 걸려있다. 사진(인천)=옥영화 기자 |
후반 14분 무고사는 정동윤의 크로스를 슛으로 연결하지 못했으며 6분 뒤 공격 숫자가 더 많은 역습마저 득점에 실패했다. 지언학의 패스를 받은 명준재의 슛이 골키퍼 황병근에 막혔다.
포기하지 않겠던 유 감독이었다. 인천도 포기하지 않았다. 더 강하게 공격을 펼쳤다. 그리고 후반 30분 가장 큰 환호성이 터졌다.
유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했다. 후반 21분 남준재를 대신해 투입된 문창진이 9분 만에 해결사가 됐다. 무고사의 패스를 왼발 논스톱 슛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마침내 상주의 골문이 연 인천 선수들은 포효했다. 문창진도 득점 후 벤치의 유 감독에게 달려가 포용했다. 골을 넣고 꼭 안기고 싶었던 품이었다.
가슴 졸일 필요는 없었다. 승리를 의심할 필요도 없었다. 후반 32분 조커로 투입된 케힌데가 11분 만에 환상적인 골을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인천의 2-0 승리.
홈 12경기 만에 승리를 안긴 유 감독이다. 잔류 약속까지는 1경기만 남았다. 승점 33을 기록한 인천은 오는 30일 경남(승점 32)과 맞대결에서 비기기만 해도 10위로 잔류가 확정된다.
↑ 인천 유나이티드는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파이널B 37라운드 상주 상무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유상철 감독 부임 후 홈경기 첫 승리다. 사진(인천)=옥영화 기자 |
11월 30일 오후 3시
상주 상무-수원 삼성
성남 FC-제주 유나이티드
경남 FC-인천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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