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이영준(28·키움)은 연봉 2900만원 선수였다. 신인 연봉과 불과 200만원 차이다. 그는 2014년 프로에 입문했다. 5년 전 신인 연봉은 2400만원이었다. 그의 연봉은 5년 동안 500만원만 올랐다.
무명 선수의 비애다. 그렇지만 이영준의 2019년 활약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영웅군단에서 최대 효율성을 보인 선수였다. 키움 불펜에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이영준은 “이제 팬도 키움에 ‘이영준이라는 선수가 있다’는 걸 아시더라. 그래도 야구장 밖에서는 잘 못 알아본다”라며 “키움 팬은 물론 모든 야구팬에게 내 이름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 이영준은 2019년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렸다. 사진=김영구 기자 |
이영준의 야구 인생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4년 kt에 입단했으나 곧바로 방출됐다. 냉혹한 현실이었다. 하지만 야구선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군 복무를 마친 후 입단 테스트를 거쳐 2017년 영웅군단에 합류했다.
그는 “열흘간 테스트를 받았다. 가능성은 50%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다. 김치현 단장님이 그때 ‘우리와 같이 가자’라고 말씀하셨던 게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키움은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 모든 분에 감사드린다. 그 때문에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보류선수 명단에 제외될까, 노심초사한 적도 있으나 이영준의 이름은 3년 연속 포함됐다. 특히 올겨울은 어느 때보다 편한 마음으로 두 다리를 뻗을 수 있었다.
올해 정규시즌 성적표는 29경기 1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2.97(33⅓이닝 11실점). 136명의 타자를 상대해 볼넷은 단 5개였다. 피홈런은 1개도 없었다(통산 0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이었다.
이영준은 “2017년과 2018년에는 잇단 실패에 부담이 컸다. 2019년에는 첫 1군 경기(4월 13일 고척 한화전)에서 ‘2군에 내려갈 거, 강하게 던지자’라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 그런데 초구 구속이 144km였다. 좀 더 세게 던졌더니 146~147km가 찍히더라.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던 게 드디어 빛을 본다고 생각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시즌 첫 경기 후 많은 걸 내려놓았다. 마음이 한결 편해지더라. 시즌 도중 부상으로 한 달가량 이탈했는데, 그것이 좀 아쉽다. 잘하고도 만족스럽지 않은 이유다. 그래서 내년에는 좀 안 아팠으면 좋겠다”라고 소망을 전했다.
좌투수 불펜 핵심 자원이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다. 8경기에 나가 평균자책점 0.00(4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불펜 비중이 컸던 키움의 가을야구에서 이영준의 호출 빈도는 높았다.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는 전 경기를 뛰었다. 또한, 생일(10월 10일)에는 포스트시즌 승리투수(준플레이오프 4차전)의 기쁨을 누렸다.
이영준은 동료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내가 잘 던진 게 아니라 선후배들이 잘 막아준 거다. 그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기록이었다. 특히 한국시리즈 4차전 무실점은 (무사 1, 2루에 등판해 막아준) 조상우가 고맙다. 포스트시즌을 처음 경험했는데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아도 여파가 컸다.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한국시리즈 4차전에 정말 힘들었다”라고 이야기했다.
↑ 이영준은 2019년 키움 히어로즈 불펜의 핵심 자원이었다.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이영준은 “공을 어떻게 던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포수 미트만 보고 공을 던졌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너무 힘들었으나 정말 행복한 나날이었다. 내가 한국시리즈를 뛸 것이라고 상상했을까”라며 장정석 전 감독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2020년, 이영준은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다. 연봉도 데뷔 후 가장 크게 오른다. 하지만 마음가짐은 크게 다르지 않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자세다.
이영준은 “자신감을 얻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올해 잘 던졌다고 내년에도 잘 던진다고 보장할 수 없다. 내년은 내년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힘겹게 따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올겨울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 같다”라고 했다. 그는 겨우내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혹자는 꿈을 크게 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영준은 소박하게 꿈을 키우고 있다. 이룰 수 있는, 꼭 이루고 싶은 꿈이다.
이영준은 “부담도 없지 않으나 최대한 기량을 발휘해 내가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