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포트 마이어스) 김재호 특파원
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 스포츠도 그렇다. 종목을 막론하고 '좋은 선수'가 '좋은 감독'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단적인 사례를 찾아보자면, 명예의 전당 입성 이후 메이저리그 감독을 맡은 경우는 지금까지 딱 세 명 있었다. 테드 윌리엄스, 라인 샌버그, 폴 몰리터가 그들이다. 이들중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감독은 몰리터밖에 없다. 2017년 85승을 기록, 미네소타 트윈스를 포스트시즌에 올렸다. 그마저도 다음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맷 윌리엄스(54) 신임 KIA타이거즈 감독은 명예의 전당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좋은 선수였다.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했고, 올스타 5회, 골드글러브 4회, 실버슬러거 4회 수상 경력이 있다. 해볼 수 있는 것은 다해봤다.
↑ 맷 윌리엄스 감독이 타격 연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美 포트 마이어스)= 김재호 특파원 |
2014년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첫 해 96승을 기록하며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고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그러나 다음해 바로 아픔을 맛봤다. 우승후보라는 세간의 예상에도 그의 팀은 83승에 그치며 뉴욕 메츠에게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내줬다. 시즌 막판에는 더그아웃에서 팀 동료였던 조너던 파펠본과 브라이스 하퍼가 다툼을 벌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3년 계약을 온전히 채우지 못하고 감독 자리에서 경질됐다.
이후 애리조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등에서 3루코치를 하며 내공을 쌓은 그는 이번에는 바다 건너 한국에서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플로리다 캠프에서 만난 그에게 첫 번째 도전에서 어떤 것을 배웠는지 물었다. 그가 꼽은 단어는 '인내'다. "첫 번째로 하는 일은 뭐든 도전이 되기 마련이다. 감독을 하면서 인내를 배웠다. 성공부터 실패까지 많은 일들을 통해 다양한 것을 배웠다. 보통은 성공보다는 패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더 좋은 결과를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배우고 다른 기회에 대비하기 위해 연습하는 것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인내'는 곧 그가 두 번째로 설명한 '이해'와도 연결된다. "모든 선수들이 다 나처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모든 선수들을 이해하는 과정의 일부다. 그 선수가 어떤 것을 잘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그를 어떤 위치에 배치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타자들에게 현역 시절의 나처럼 치라고 가르칠 수는 없다"며 말을 이은 그는 "그러나 대신에 그들이 어떤 모습인지를 알아내고 이해하며, 그들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도와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도 "코치는 어려운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재차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윌리엄스는 지난 2014년부터 2년간 워싱턴 감독을 맡았다. 사진=ⓒAFPBBNews = News1 |
그의 말처럼 그의 새로운 도전은 "팀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재단되고 평가되어질 것이다. 새로운 야구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도 부족한데 동시에 결과로 보여줘야한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그는 "좋은 일이고, 재밌는 일이다. 배우는 것은 재밌는 일"이라며 미소지었다. "나는 쉰넷의 나이에 메이저리그에서만 30년을 넘게 있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더 배울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를 받아들일 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힘주어 말했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가 될 수도 있다. 이 칼럼은 그런 글이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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