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키나와) 이상철 기자
2년의 쉼표, 동기들은 앞서가 있다. 특히 서울고에서 클린업 트리오를 이뤘던 강백호(21·kt)는 신인상을 타더니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어느덧 kt의 간판타자로 자리매김해 KBO리그의 미래로 성장했다.
상대적으로 초라할 수 있다. 이재원(21·LG)은 부상으로 1군 데뷔는커녕 2군 경기도 많이 뛰지 못했다. 2019년 퓨처스리그 26경기 출전에 그쳤다.
프로에 입문할 당시 같은 금액이었던 연봉은 확 달라졌다. 이재원이 2700만원으로 동결된 사이 강백호는 2억1000만원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7.8배 차이다. ‘잘나가는 친구’다.
↑ LG 이재원은 2일 삼성과 연습경기에서 6회초 2사 1루에서 오승환을 상대로 1타점 2루타를 쳤다. 그렇지만 이후 두 차례 득점권 상황에서 연석 헛스윙 삼진 아웃으로 물러났다. 그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자평했다. 사진(日 오키나와)=이상철 기자 |
자괴감에 빠지지 않는다. 냉철한 눈으로 현실을 바라볼 뿐이다. 이재원이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든든한 등대이자 현명한 길라잡이가 있다.
이재원은 “물론 그동안 보여준 게 없다. 그래서 (생존하기 위해) 뭔가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만 너무 부담을 갖거나 조급해하지 않는다. 아버지(이용환)의 영향이 크다. 아버지도 젊은 시절 운동을 했다. 프로골퍼였다. 아버지께서 ‘괜찮다. 마음 편하게 가져라. 분명히 네게도 기회가 올 테니까 기다려라’라고 조언해주신 게 큰 도움이 된다”라고 전했다.
기다리던 이재원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LG가 일본 오키나와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뒤 치른 두 번째 연습경기에서 ‘뭔가’를 보여줬다.
2일 삼성과 연습경기에서 1타점 2루타를 쳤다.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4-1의 6회초에서 터진 한 방이었다. LG로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특히 상대 투수는 ‘거물’ 오승환이었다. 파울 2개를 친 후 오승환의 속구를 공략해 외야 좌측으로 빨랫줄 타구를 날렸다.
“오승환 선배와 대결을 벌인 것만으로 영광이다”라며 이재원은 겸손해했으나 그에겐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그리고 ‘나도 할 수 있다’는 큰 자신감을 얻었다.
↑ LG 이재원(오른쪽)은 2일 삼성과 연습경기에서 6회초 2사 1루에서 오승환을 상대로 1타점 2루타를 쳤다. 그렇지만 이후 두 차례 득점권 상황에서 연석 헛스윙 삼진 아웃으로 물러났다. 그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자평했다. 사진(日 오키나와)=이상철 기자 |
이재원은 8회초와 9회초, 두 차례 더 타석에 섰다. 득점권에 주자가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연속 헛스윙 삼진 아웃이었다. 그는 “평소 연습했던 걸 반도 펼치지 못했다. 많이 부족하다. 10점 만점 중 2점짜리 활약이었다”라고 자평했다.
스스로 냉정하게 바라보나 꿈꾸는 미래는 긍정적이다. 이재원은 “그래도 잘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꼭 언젠가는 홈런왕에 도전해보고 싶다”라며 “(성장하기 위해) 부상도 조심해야 하지만 인필드 타구를 더 늘려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