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도쿄올림픽 이야기 조일호 기자와 더 나눠보겠습니다. 어서오세요.
【 질문 1】
태권도 얘기부터 해보죠.
어제로 태권도 경기가 모두 끝났는데, 종주국인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하나도 못 땄네요.
【 답변 1】
네, 우리 선수들 끝까지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준결승전에서 이다빈 선수가 단 1초를 남기고 보여준 막판 버저비터 발차기는 정말 짜릿했는데요.
그런데 우리 대표팀의 성적표를 보면 은메달 1개에 동메달 2개로 금메달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렇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1개도 못 딴 건 한국 태권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 질문 2】
그렇군요.
그래도 명색이 태권도 종주국인데 체면을 구겼다고 봐야 할까요?
【 답변 2】
네, 누구보다 선수들이 가장 아쉽겠지만 종주국 자존심에 금이 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종주국의 역설'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태권도가 세계화가 너무 잘 돼서 전 세계적으로 전력도 비슷해졌고 걸출한 선수들도 많이 배출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번에 태권도에 걸린 금메달이 8개였는데 어느 한 나라가 독식하지 않고 7개국이 골고루 나눠 가졌습니다.
【 질문 3】
그만큼 태권도가 세계인의 스포츠로 자리잡았나보네요.
메달 소외국의 희망이 됐다고도 하던데요?
【 답변 3】
맞습니다.
실제로 태권도에서 메달을 따낸 국가들을 보면 세르비아, 태국, 우즈베키스탄 등 이른바 메달 소외국들이 많은데요.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따기 어려워져서 아쉽지만, 한편으론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될 것 같습니다.
【 질문 4】
그렇군요.
태권도가 그만큼 전 세계에 퍼진 비결이 뭘까요?
【 답변 4】
네, 저도 어릴 때 태권도를 배웠는데 생각해보면 가서 태권도만 한 게 아니라, 인성교육도 하고 가끔 캠프도 갔던 기억이 납니다.
체력도 기르고 예절도 배우고 친구도 사귀고, 특별한 장비도 필요없으니 크게 돈 들 일도 없죠.
또 태권도를 단순히 학원 개념을 넘어선 'K-보육 시스템'이다, 이렇게도 표현하는데 외국 어린이들이 발차기도 하고 피자도 먹고 놀이도 하는 사진을 보면 어느 나라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덕분에 연맹에 가입된 회원국 수도 어마어마한데요.
실제로 비교를 해보면 UN 회원국이 193개국, 국제올림픽위원회죠, IOC가 206개국인데 세계태권도연맹 회원국은 210개국이나 됩니다.
피파 회원국이 211개국이니까 회원국 수로만 보면 축구와 비슷한 위상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뉴욕타임스도 "K팝 이전엔 태권도가 가장 성공적인 문화 상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 질문 5】
하긴 외국에선 태권도 선수가 국민 영웅 취급을 받기도 하던데 종주국의 역설이라고 할 만 하네요.
그런데 그리스에서 탁구 정영식 선수를 향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고요?
【 답변 5】
생각할수록 어처구니없는 발언이 어제 그리스의 국영방송에서 나왔습니다.
남자 탁구 단식에서 정영식 선수가 그리스 선수를 4대3으로 역전승해서 16강행이 확정된 직후의 일인데요.
바로 이 장면입니다.
해설자가 손으로 눈을 가리킨 후에 손가락을 까딱까딱하죠.
그리곤 "그 작은 눈으로 공이 왔다갔다 하는 걸 어떻게 보냐"면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해놓고 웃기까지 합니다.
논란이 커지자 방송사 측은 "인종차별적 발언은 설 자리가 없다"면서 해당 해설자와의 계약을 종료했다고 밝혔습니다.
【 질문 6】
그리스는 실력으로도 지고 인성으로도 진 셈이네요.
배구 얘기를 좀 해보죠, 어제 여자배구 대표팀이 케냐를 3대0으로 이겼는데 경기가 자정이 지나서 끝났다고요?
【 답변 6】
네, 우리 여자배구 대표팀이 어제 케냐를 상대로 압승을 거뒀는데요.
그런데 원래 밤 9시45분에 예정된 경기가 밤 11시가 다 돼서야 시작했고, 자정을 넘긴 오전 12시 30분에 끝나는 바람에 졸린 눈 비빈 분들 많으실 겁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시차도 없는데 배구를 웬 새벽까지 하냐, 하실텐데요.
도쿄올림픽 조직위의 시간 배정이 원인이었습니다.
보통 배구 경기가 1세트당 30분 정도, 최대 5세트까지 가면 2시간 30분까지도 걸리기 때문에 이 시간을 고려해서 넉넉하게 경기 시간을 정해야 하는데, 조직위에서 경기당 시간을 고작 2시간으로 잡아놨고, 앞 경기가 5세트까지 가는 바람에 우리 대표팀도 계속 기다려야 했던 겁니다.
▶ 인터뷰 : 김연경 / 배구 국가대표
- "대기 시간이 되게 많이 길어서 제가 몸을 풀다가 또다시 로커에 들어갔다가 또다시 몸을 풀고 계속 반복적으로…."
【 질문 6-1】
엄청 힘들었을텐데요.
그런데 김연경 선수는 경기가 끝나고 케냐 선수와 유쾌한 대화도 했다면서요?
【 답변 6-1】
네, 경기 끝나고 마무리까지 하니 새벽 1시가 다 됐는데, 김연경 선수가 워낙에 유명하다보니 케냐 선수들이 와서 한마디씩 말을 걸었다고 하는데요.
월드클래스답게 피곤한 기색도 없이 유쾌한 대화를 이어갔다고 합니다.
케냐 여자배구 선수
- "한 세트만 져주지 그랬어요."
▶ 인터뷰 : 김연경 / 배구 국가대표
- "제가 국가대표 은퇴하기 전까진 안돼요."
【 질문 7】
국가대표 은퇴 전까진 한 세트도 내줄 수 없다, 멋있네요.
대화는 유쾌하게 했지만 내일 또 경기가 있는데 얼마나 피곤했을까요.
조직위의 어설픈 운영이 아쉬운데, 이거 말고 또 있다면서요?
【 답변 7】
네, 이번엔 도시락입니다.
일본의 한 언론이 도쿄올림픽 경기장에서 포장도 안 뜯은 새 도시락이 매일 수천 개씩 버려지고 있다고 보도한 건데요.
코로나 때문에 도쿄올림픽이 무관중 경기로 전환되면서 자원봉사자 수가 줄어들었는데, 봉사자들을 위한 도시락은 개
그동안 골판지 침대 등 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해 왔는데 실상은 딴판이었던 셈입니다.
【 앵커멘트 】
코로나로 힘든 사람도 많은데 이런 주문 참사로 멀쩡한 음식이 폐기되는 게 안타깝네요.
지금까지 조일호 기자였습니다.
영상취재 : 임채웅 기자
영상편집 : 김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