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혁명이 끝난 이집트에서는 기독교와 이슬람 세력이 또다시 충돌하면서 13명 이상이 죽었습니다.
기독교 청년과 이슬람 처녀의 교제를 허락하지 않으면서 촉발된 이번 사건은 이집트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윤호진 기자입니다.
【 기자 】
수도 카이로의 모습은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던 당시보다 더 처참한 폐허로 변했습니다.
집과 건물은 모두 불에 타 폭삭 무너졌고, 차들은 검게 그을린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습니다.
이슬람교인들의 교회 방화에 항의하던 콥트 기독교인 1천여 명이 폐타이어에 불을 붙이며 시위를 벌이다 이슬람교인들과 충돌했습니다.
총격이 난무하면서 최소 13명이 죽고, 140명 이상이 다쳤습니다.
사건은 기독교 청년과 이슬람교 처녀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은 두 집안의 싸움에서 비롯됐습니다.
이슬람교도인 딸이 기독교 청년과 사귄다는 사실을 안 여자 쪽 집안 사람들이 교회로 몰려가 불을 질렀고, 이 과정에서 두 명이 숨졌습니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사랑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충돌이 일어난 것입니다.
민주화 혁명 당시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몰아내는 데 힘을 합쳤던 콥트 기독교와 이슬람교인들.
공동의 적을 없앤 뒤 그들이 선택한 것은 평화로운 공존이 아니라 해묵은 종교 갈등이었습니다.
MBN뉴스 윤호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