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 사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이집트 대선에서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 실세 압델 파타 엘시시 전 국방장관의 압승이 확정시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집트가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3년 만에 다시 군부 정권으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개표를 관리하는 이집트 당국은 29일(현지시간) 전국 27개주의 투표소에서 집계된 잠정 개표 결과 엘시시 후보가 유효 투표자의 95% 이상을 득표했다고 밝혔다고 이집트 알아흐람이 보도했다.
이집트 헌법에 따르면 새 대통령은 임기가 4년으로 1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엘시시의 압승은 일찌감치 예상됐지만 과반에 못 미치는 투표율은 앞으로 엘시시의 정국 운영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투표율은 전체 유권자 5400만명 중 44.4%에 그쳐 엘시시 후보가 애초 기대한 80%보다 크게 낮았다. 앞서 무르시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12년 대선 결선 투표율은 52% 정도였다.
엘시시의 유일한 경쟁 후보인 좌파 정치인 함딘 사바히(60)는 3.5% 득표율을 보였고 나머지는 무효표로 파악됐다.
개표가 지금도 진행 중인 만큼 최종 투표율과 엘시시의 득표율 수치가 약간 변동될 수 있지만 대세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엘시시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자 수도 카이로에서 그의 지지자 수백명은 '민주화의 성지' 타흐리르 광장 등 거리로 나와 이집트 국기를 흔들고 불꽃놀이를 벌이며 환호하고 나섰다.
엘시시 후보 대변인은 승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이집트 국민이 엘시시 원수에게 신뢰를 보내 줘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엘시시가 이집트 전역에서 자신이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대선 쇼'를 자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과 최대 시민단체 가운데 하나인 '4월6일 청년운동'은 엘시시의 무르시 정권 축출과 군경의 시위대 무력 진압에 항의해 투표 거부 운동을 벌였다.
이에 따라 이집트 과도정부는 애초 예정된 26∼27일 이틀간 투표 결과 투표율이 37%에 그치자 투표일을 하루 더 늘렸지만 과반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투표율 고저에 따라 엘시시 집권에 유권자들이 부여하는 정당성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
이번 대선의 최종 개표 결과는 다음달 5일 발표된다.
올해 초 엘시시에 대한 신임을 묻는 성격으로 치러졌던 개헌안에 대한 찬반 국민 투표는 38.6% 투표율에 98%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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