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제소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하원 운영위원회는 24일(현지시간) 전체회의에서 하원이 오바마 대통령을 제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표결은 정당별로 찬반이 뚜렷이 갈린 가운데 공화당(7표)이 민주당(4표)을 압도했다.
결의안은 행정명령 남용을 사유로 오바마 대통령을 제소할 권한을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하원의장에게 부여하는 게 골자다.
공화당이 문제삼는 대표적인 행정명령 남용 사례는 오바마 대통령이 2010년 의회를 통과한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의 핵심조항을 행정명령을 통해 의도적으로지연시킨 것이다.
해당 조항은 내년부터 정규직 50명 이상을 고용한 기업이 직원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조항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중소기업의 경제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보험료 부담을 덜려고 정규직 직원들을 해고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민주당 내에서 제기됐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월 임의로 행정명령을 발동해 근로자 50명 이상 100명 미만의 중소기업에는 해당 조항의 적용시기를 2016년으로 늦췄고, 공화당은 중간선거를 의식한 정치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하원 지도부는 내주초 구체적인 소송절차를 논의한 뒤 31일 전체회의를 열어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공화당의 이 같은 제소 움직임은 중간선거를 4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민주·공화 양당간 첨예한 정치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공화당이 실제 오바마 대통령을 제소하더라도 사법부가 입법부와 행정부간 정치적 갈등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소송이 성립할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워싱턴 정가소식통들의 설명이다.
이날 표결에 앞서 열린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이 중간선거 국면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정치적 곡예'(political stunt)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공화당 의원들은 이에 맞서 헌법상의 권한에 따라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반박했다.
짐 맥가번(민주·매사추세츠) 의원은 "이번 제소는 입법과 상관없는 정치행위"라며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운운하는 공화당 극단주의적 세력을 의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로버트 우달(공화·조지아) 의원은 "의회를 지키는 행위를 정치적 곡예라고 하는 것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황당한 발상"이라며 "국민들의 힘을 지키려는 것을 정치적 행위라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제소와 관련한 비용을 매주 보고할 것을 요구하는 수정안을 제출했으나 모두 부결됐다. 그 대신 분기 단위로 보고하라는 공화당의 수정안이 구두표결로 채택됐다.
하원은 8월 한 달 휴회에 들어간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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