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노역과 학살로 약 200만명이 희생된 캄보디아 '킬링 필드'의 핵심 전범 2명에 대해 법정 최고형인 종신형이 선고됐다.
유엔과 캄보디아 정부가 공동 설립한 크메르루주 전범재판소는 7일 반인륜 범죄로 기소된 누온 체아(88) 당시 공산당부서기장과 키우 삼판(83) 전 국가주석에 대해 각각 종신형을 선고했다.
크메르루주 정권이 베트남 군의 공세로 붕괴된 지 35년 만이다.
전범재판소는 이날 오전(현지시간) TV 생중계가 이뤄지는 가운데 열린 공판에서 누온 체아 등의 강제이주 등 반인륜 범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이들은 집권기인 지난 1975∼1979년 사이에 강제 이주와 숙청, 학살 등을 자행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혐의를 부인해왔다.
재판부는 2년여의 심리 끝에 이날 강제이주 등 반인륜 범죄 혐의에 대해 판결했으며 집단 학살 혐의에 대한 2차 재판은 올 연말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라스 올슨 전범재판소 대변인은 이날 재판과 관련해 "캄보디아 국민과 재판소 모두에 역사적인 날"이라며 피해 당사자들이 무려 35년이나 기다려온 판결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정의를 향한 중대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누온 체아와 키우 삼판 모두 전범재판소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계획임을 밝혔다.
누온 체아 전 부서기장의 변호인은 선고 공판 직후 피고가 크메르루주의 범죄 행위를 상당 부분 인지하지 못했거나 저지른 적이 없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크메르루주 전범재판소는 2006년 출범 이래 캄보디아 고위 관리들의 개입과 재판관들의 잇단 사퇴, 재정난, 임금 체불에 항의하는 직원들의 파업으로 여러 차례 심리를 중단해 재판이 지연됐다.
재판부가 지난 2011년 11월 재판을 시작한 크메르루주 지도부 4명 가운데 이엥 사리 전 외교장관은 지난해 초 지병으로 사망했다. 치매를 앓는 렝 티리트 당시 사회부 장관도 재판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재판에서 배제됐다.
이에 일부 피해 당사자들은 '반쪽 재판'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전범재판소는 크메르루주 체제하에서 1만7000여명의 학살과 고문을 자행한 수용소 S-21
급진 공산주의를 표방한 크메르루주는 집권기인 지난 1975~1979년 사이에 수많은 지식인과 반대파를 숙청했으며 이 과정에서 전체 국민의 4분의1에 해당하는 약 200만명이 처형되거나 굶어 죽었다.
[매경닷컴 속보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