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동성이 안전자산으로 확 쏠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이라크발 지정학적 위험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제재에 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 식품금수 등 보복조치를 강화하면서 러시아와 서방국가간 관계가 냉전 종식후 최악으로 악화된 상태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에 군대를 집결시키면서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까지 불거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이슬람 극단주의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선별적인 공습을 승인, 이라크내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지정학적 위기감속에 글로벌 투자자금의 위험회피 성향이 뚜렷해지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과 미국 국채가격은 연일 급등(금리는 급락)하고 있다. 반면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증시는 상승모멘텀이 급격하게 약화되면서 조정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7일 지표물인 10년 만기 미국국채 금리는 전일보다 0.06%포인트 하락한 2.41%로 떨어졌다(국채값 상승). 종가기준으로 13개월래 최저치다. 1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일보다 4.30달러(0.3%) 오른 온스당 1312.50달러에 가격까지 상승, 올들어 금가격 상승률이 10%에 육박했다.
반면 뉴욕증시는 이달들어 상승모멘텀이 급격하게 약화되면서 연일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뉴욕다우지수는 올들어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 증시도 큰폭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정학적 위험이 몇달 전보다 더 심각해졌다"며 "우크라이나사태는 세계 다른 지역보다 유로존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사실 지정학적 악재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최근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데는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쉼없는 위험자산 상승랠리로 인해 조정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꼬리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더해지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시장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미국 경제 회복세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증시 조정폭이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컨센서스가 모아지고 있다. 지난 4주간 미국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9만3,500건으로 지난 2006년 2월 이후 8년 6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고용시장 회복세가 강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월스트리트저널이 43명의 월가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국 경제가 올 하반기에 3%대 성장을 할 것이라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기업투자가 늘어날 경우 하반기에 3.5%이상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이같은 경제회복세가 중장기적으로 증시랠리 재개에 힘을 실어주고 금리는 오름세로 돌아서 채권값
[뉴욕 = 박봉권 특파원 / 서울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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