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옛 소련과 나치 독일의 폴란드 및 주변국 분할 점령의 근거가 된 독일-소련 불가침조약을 비호하고 나서 러시아의 주변국 침공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차대전 직전에 체결된 이 조약은 서명자 이름을 따서 몰로토프-리벤트롭 조약으로 불리며 양국은 조약의 비밀 조항에서 폴란드의 분할 점령에 합의했다.
FT에 따르면 푸틴은 5일 젊은 역사학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몰로토프-리벤트롭 조약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고 소련이 폴란드를 분할했다고 비난하지만 독일이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했을 때 폴란드도 같은 방식으로 체코 일부를 점령했다"면서 "당시에는 그런 방법(분할 점령)이 외교정책의 일부였다는 게 연구에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소련은 독일과 불가침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싸우지 않겠다고 했는데 무엇이 잘못됐다는 말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회의록에서 밝혀졌다.
그의 이번 발언은 '소련 붕괴 이후 구축된 안보기반이 무너졌다'며 강경한 목소리로 서방 측에 경고한지 2주일만에 나온 것이다.
그는 미국이 국제 룰을 계속 무시하고 러시아의 안보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푸틴의 발언에 대해 정치 분석가와 외교관들은 러시아가 강대국 역할에서 제외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경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모스크바에 주재하는 2명의 유럽 외교관은 푸틴이 독·소 불가침 조약을 옹호한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이미 고조돼 있는 러시아내 수정주의에 대한 우려를 부채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동유럽 외교관은 "소련의 발틱 국가 침공을 비롯해 유럽 현대사의 주요 사안에서 러시아와 견해가 일치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과거에는 이러한 사안들이 역사학자의 주제였지만 지금은 훨씬 현실적인 당면 과제가 됐다"고 밝혔다.
FT는 푸틴이 2차대전 종전 과정에서 소련 '붉은 군대'의 역할에 더 비중을 두는 반면 소련군과 스탈린 체제 잔혹행위에 관해
푸틴은 이번 젊은 역사학자들과의 만남에서 나치 독일을 격퇴하기 위해 소련군이 치른 희생이 더 많은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희망을 거듭 피력했다고 신문은 부연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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