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달 중 중의원(하원)을 해산하고 내달 중 총선(중의원 선거)을 치를 방침을 굳혔다고 산케이
신문이 12일 전했다.
여야가 선거준비를 진행 중인 가운데, 정치권과 일부 언론, 재계 등에서 비판과 우려도 제기됐다.
12일 일본 주요 신문들은 전날 아베 총리가 출장지인 베이징(北京)에서 가진 기자회견 때 "(중의원) 해산 시점에 관해서는 어떤 것도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음에도, 그가 해산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은 점에 주목하며 해산 및 연내 총선거를 기정사실로 전했다.또 연내 총선 방침과 함께 내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2차 인상(8→10%)은 2017년 4월로 1년 6개월가량 미룬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산케이는 보도했다.
여야는 선거 준비를 착착 진행했다. 집권 자민당은 13일 중의원 초선 의원 120명을 상대로 '선거 필승 학원'을 개최한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11일 당직자 회의에서 선거 준비에 들어갈 것을 지시했다.
아베 총리가 해외출장 중이지만 여당이 총리와의 교감 없이 독자적으로 선거 행보에 들어갈 가능성은 작다는 점에서 중의원 해산 및 총선은 일본 정가에서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주당, 유신당 등 주요 야당들도 후보 물색에 돌입했다.
후생노동성이 13일로 예정하고 있던 의료보험 개혁 정책 발표를 취소하는 등 일부 정부부처도 선거를 앞두고 공개할 정책이 표심에 미칠 영향을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중의원 해산이 단행된다면 소비세율 인상 여부 결정과 관련해 국민의 재신임을 묻는다는 명분을 내세울 전망이다. 하지만 '롱런 정권 만들기'의 고비가 될 내년 9월 자민당 총재선거를 고려한 정치적 계산에 따른 해산 검토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달 정치자금 문제 등에 따른 각료 2명의 사임 이후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진 가운데, 지지율이 더 떨어지기 전에 야당이 전열을 정비하지 못한 틈을 타 국회를 '리셋'함으로써 정권 기반을 다시 공고히 하겠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아울러 원전 재가동, 집단 자위권 법제화 등 다수 여론이 반대하는 정책 추진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자민당 총재선거 이전에 내각 지지도 악화로 떠밀리듯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치르는 상황을 예방하려는 의중도 읽힌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부 의원과 진보 성향 언론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간사장은 "대의없는 당리당략 해산"이라고 통박했고 유신당의 마쓰나미 겐타(松浪健太) 국회대책위원장은 "(17일 발표돼 소비증세 여부 판단의 중요 자료가 될) 국내총생산(GDP) 속보치(3분기)는 아주 나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하고 나서 "도망 노믹스(도망+아베노믹스) 해산"이라고 조소했다.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가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2012년 여야합의 사항인 소비 증세를 회피하기 위한 국회 해산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또 노다 다케시(野田毅)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은 당내 회의에서 "명분 없는 선거는 좋지 않다"며 "국민의 목소리를 두려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총리가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중의원 9선 의원인 무라카미 세이치로(村上誠一郞) 전 행정개혁담당상은 "엔화 약세에 대한 대책이 서 있지 않다"며 "선거할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 신문 12일 자 사설은 중의원 해산론이 당리당략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하고 "민주주의는 게임이 아니다"며 "이런 해산에 대의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마이니치 신문사설도 "증세 보류를 기화로 여론의 '뒷바람'을 기대하는 해산이라면 야비하다는
친(親) 아베 노선을 강화해온 게이단렌(經團連, 한국의 전경련과 유사한 단체)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도 "산적한 정책 과제의 수행에 전념하면 좋겠다"며 "그런 것(국회 해산 및 총선거)을 할 시기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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