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이 자사주 취득 규모를 14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국제 유가가 지난해 대비 반토막 나고 수익이 급락하면서 현금흐름이 나빠진 영향이다.
엑손모빌은 2일(현지시간) 전분기 까지 30억달러 수준이었던 자사주 취득규모를 현 1분기 10억달러 규모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14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의 자사주 취득 규모다.
회사는 이날 지난해 4분기 전체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21%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유가 하락으로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량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면서 100만달러 이상의 손실을 봤고 현금흐름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나 줄었다”며 자사주 취득 규모를 줄인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에 엑손모빌의 원유 및 가스 생산량은 1999년 모빌사를 인수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줄었다.
다만 엑손모빌의 석유를 이용한 화학제품 분야는 원자재가격과 생산비용 감소로 되레 전년 동기 대비 수익이 35% 늘어난 12억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석유시추와 생산 사업 부분은 수익이 19% 추락해 55억달러로 집계됐다.
바클레이즈는 "만약 국제유가 하락세가 올해 내내 이어질 경우 엑손모빌의 연간 현금흐름 규모는 최대 106억달러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엑손모빌은 지난주 "유가 하락으로 인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4월에 실시하는 주주 배당은 9.5% 늘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엑손모빌은 다음달에 올해 연간 설비투자 계획을 공개하기로 했다. 월가에서는 코너코필립스와 쉐브론 등과 마찬가지로 유가 하락으로 인해 엑손모빌의 새해 설비투자 규모 역시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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