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에서 신발공장을 개조해 스타트업으로 출발했던 유전체 분석 기업 'BGI'의 성공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설립 10년도 안돼 세계 유전체 데이터의 20% 이상을 생산하면서 세계적 벤처와 유명과학자들을 끌어들이는 '블랙홀'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기존 중국 기업의 성공공식은 정부의 막강한 관치금융을 등에 업고 성장하는 것이었는데 BGI는 스스로 관치의 틀에서 독립해 혁신을 시작한 것이 오히려 성공 비결이 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이하 FT) 16일(현지시간) 중국의 DNA분석 기업인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의 성공스토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유전체분석이란 쉽게 말하면 범죄, 친자 확인 등에 사용되는 DNA구조 분석하는 것을 말하는데 최근엔 의학·치료제 등 다양한 첨단 산업 분야에 적용된다. 안젤리나 졸리가 유전성 질환을 확인, 선제적으로 유방을 절제한 일이 대표적이다.
BGI는 지난 2007년 설립돼 1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미 이 분야 세계적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중국을 포함해 세콰이아 캐피털, 실리콘밸리 벤처 캐피털 등 글로벌투자자로부터 끌어들인 투자금이 15억달러(1조6500억원)에 달하고 회사가치는 약 20억달러(2조3000억원)한다.
박사학위를 가진 직원이 2000명에 달하고 연 수익은 2억달러(2200억원)을 훌쩍 넘는다. 특히 지난 2013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세계적 DNA 염기서열 분석회사인 '컴플릿 게노믹스'를 1억1800만달러를 인수했다.
FT는 "세계적 유전자 회사인 일루미나와 경쟁을 이겨낸 인수인데다 중국이 미국에 상장된 기업을 인수한 첫 사례여서 더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FT는 "조만간 BGI가 수민명의 사람들의 DNA를 기반으로 하는 유전체 분야의 도서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가장 큰 의미는 과학·의료 분야에서 기존 중국기업들의 상징이 된 '짝퉁' '복사'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것이다.
이제 세계 유전체 데이터의 5분의1 이상을 소유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신약개발, 유전자 연구, 공중 위생정책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정보를 파는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는 지난 2010년 일찌기 이 회사의 선전 연구소를 방문했다. 회사의 잠재성을 미리 알아본 것이다. 이후 BGI는 게이츠 재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쌀 게놈 염기서열, 암 게놈 프로젝트까지 세계가 주목하는 연구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BGI의 성공비결은 역시 풍부한 데이터 베이스다. 중국인구가 1인 것을 고려했을때 세계 유전자 분석 분야에서 중국의 잠재성이 그 어느 나라보다 큰 것이다. 인구가 많을 수록 훨신 풍부한 정보를 얻고 분석하는 비용도 싸진다.
FT는 BGI의 또다른 성공비결에 대해 관치에서 벗어난 독자적 행보를 꼽았다. BGI는 원래 중국과학원 아래 있는 북경 유전체학 기관이었다. BGI는 2007년 중국 정부로부터 분리돼 민간회사로 재탄생되면서 홍콩에 가까운 선전에 자리 잡았다. 회사
[이지용 기자 /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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