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통의 일본 거대 가구회사에서 전통적 장인정신에 입각한 가업을 지켜려는 아버지와 변화의 시대에 생존위해 혁신을 추진하려는 딸사이의 경영권 분쟁이 국내외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1969년 설립된 오츠카 가구는 일본 전역에 대형 매장을 운영하며 한국에도 고가의 수입가구로 정평이 나있다.
문제는 지난해 6월 창업주인 71세의 카츠히 오츠카 회장이 그의 장녀인 쿠미코 오츠카(47)를 사장직에서 해임하면서 부터 점화됐다. 그녀는 5년전 사장직에 오르면서 그간 아버지가 고수해왔던 고가가구 중심 사업구조를 전격 개편했다.
그녀는 취임 당시 “이케아 등 대형 외국 중저가 브랜드에 대행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 등을 활성화하겠다”며 당찬 의지를 밝혔다.
그녀는 아버지가 도입했던 멤버십 제도부터 전격 폐지했다. 오츠카의 멤버십 제도는 고가가구의 주 수요층인 상류층을 겨냥해 오츠카 매장을 방문고객을 회원으로 가입받은 후 직원안내를 통해서만 가구를 구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카츠히 회장은 “전문 직원들의 특화된 안내서비스를 통해 고품질의 가구를 공급해왔던게 지금까지 회사의 성장 배경”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쿠미코 사장은 고가의 가구품목을 줄이고 중저가 브랜드 가구를 도입했다.
이사회를 비롯해 투자자들은 쿠미코의 손을 들어줬다. 그녀가 해임된뒤 오츠카 가구가 지난해 3분기 4년만에 첫 적자를 기록하자 이사회는 쿠미코를 다시 사장직에 임명했다. 투자자들조차 회사의 변신이 장인정신과 전통을 고수하는 것보다 이득이 크다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카츠히 회장은 ‘발끈’했다. 지난달 카츠히 회장은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그녀를 ‘나쁜 자식’ ‘회사에 테러행위’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그녀는 지난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오츠카는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는 이케아와 니토리가구에 대항하기 위해 중산층으로 소비자를 확대하는 게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녀의 아버지는 여전히 “흐름만 쫓아가면 결국 이케아나 니토리의 후발로 전락하는 것”이라며 “내인생의 최대실수는 내딸을 사장으로 임명한 것”이라고 맞받아 쳤다. 이런 아버지의 말을 전해들은 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을 상상할수 있겠냐”며 눈물까지 보였다.
이들 부녀간 전쟁은 오는 3월27일 주주총회에서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양쪽 모두 주주와 투자자들의에게 자신의 경영철학이 회사의 생존에 가장 적합하다며 적극 호소하고 있다. 현재 카츠히 회장은 회사 전체 지분의 18%를, 쿠미코 사장은 지분의 10%를 소유하고 있어 지분상으로는 카츠히 회장이 유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쿠미코 사장은 후지은행 컨설턴트로 일한 경험과 함께 현재도 미즈호 은행에 발을 담그고 있어 변화의 시대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1세대 경영인과 2세대 경영인간 회사경영을 둘러싼 충돌은 일본에서 상당히 드문 일이다. 부모의 유지에 따라 가업을 승계하고 전통을 지키는 것이 일본 기업들의 전형적인 가족경영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일본내 주주들 역시 미국과는 달리 이런 가족
한편, 외국에선 창업자를 이은 후계자와 창업주간 경영권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악어상표로 유명한 이탈리아 라코스테의 경우 부녀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끝에 스위스 기업에 경영권이 넘어가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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