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는 곳은 아주 많다. IMF(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와 같은 공적기관은 물론 뱅크오브어메리카(BoA)메릴린치 등 월가 금융기관, 콘퍼런스보드와 같은 민간리서치 기관들이 앞다퉈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는다. 기관마다 성장률 전망치에 다소 차이가 난다. 성장률을 추정하는 모델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은 가장 공신력이 있는 세계은행, IMF 성장률 전망치에 무게를 둔다.
그런데 몇개월마다 업데이트되는 전세계 국가들의 성장률 전망치를 따라가다보면 뭔가 께름칙하다. 경제 펀더멘털이 확 바뀌기 힘든 몇개월 안되는 사이에 성장률이 큰폭 상하향조정되는 일이 다반사기 때문이다. 연초 성장률 전망치가 연말까지 엇비슷한 수준으로라도 유지되는 경우가 드물 정도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예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는 대충 내놓은 숫자 나열에 불과해 큰 의미를 두기 힘들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물론 한나라 정부나 중앙은행이 발표하는 자국 성장률 전망치도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마당에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추정한다는게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다. 또 전세계 경제가 촘촘하게 엮여져있는데다 무수히 많은 지정학적 이슈가 언제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줄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1년뒤 성장률을 전망한다는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수 있다. 시장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블랙스완이 나타나 전세계 경제에 메가톤급 충격을 줄수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변수를 감안해 백번 양보하더라도 14일 IMF가 내놓은 세계경제전망(WEO) 업데이트 수치를 보면서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전세계 경제의 4분의 1 가까이를 차지하는 세계최대 경제대국 미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보자. 지난 1월 IMF는 저유가 호재를 등에 업고 미국경제가 강한 성장모멘텀을 보일 것으로 진단했다. 성장률을 3개월전에 비해 0.5%포인트 상향조정, 3.6%로 제시한 배경이다. 그런데 IMF는 불과 3개월만인 이날 미국 경제 성장률을 0.5%포인트 하향조정, 3.1%로 다시 내렸다. 여반장 하듯 3개월 사이에 미국경제 성장률을 확 올렸다가 확 내리는 갈지자 전망을 한 것이다.
IMF는 전망을 크게 바꾼 이유로 강달러를 들었다. 달러 강세로 수출이 둔화되고 기업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달러강세는 지난해 6월부터 진행됐던 것으로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악재가 아니다. 다시 말해 지난 1월 미국경제를 전망할때 강달러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IMF가 실토한것이나 마찬가지다.
반면 지난 1월 각각 0.2%, 0.4%포인트씩 내렸던 유로존·일본 성장률 전망치는 이번에 0.3%포인트, 0.4%포인트 확 올려 1.5%, 1.0%로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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