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초까지 8년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이끌며 미국경제 대통령 역할을 했던 벤 버냉키 전의장이 전격적으로 헤지펀드에 취업했다.
버냉키 전의장이 선택한 곳은 250억달러 자산을 굴리는 세계최대 헤지펀드중 하나인 씨타델 매니지먼트다. 버냉키 전의장 직함은 씨타델 선임 고문(senior advisor)이다. 버냉키 전의장은 앞으로 시타델 투자위원회에 글로벌 경제전망과 통화정책·자본시장 이슈와 관련된 분석과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또 전세계시장에서 시타델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도 만날 예정이다. 씨타델은 버냉키 전의장이 제공하는 분석자료를 토대로 투자정책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헤지펀드에 발을 들여놓은데 대해 비난여론이 생길수 있다는 점을 간파했는지 버냉키 전의장은 이해상충문제가 전혀 없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헤지펀드가 연준 직접 규제감독 대상이 아니어서 연준의장으로 재직할때 헤지펀드와 관계를 맺은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버냉키 전의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월 연준의장직에서 물러난뒤 월가은행으로부터 러브콜이 잇따랐지만 연준 규제감독을 받는 월가 대형은행으로의 전직을 배제했다”며 본인의 도덕성을 강조했다.
버냉키 전의장이 할말도 있다. 버냉키 전의장 전임인 앨런 그린스펀 전연준의장은 퇴임후 세계최대 채권운용사 핌코, 헤지펀드 폴슨앤컴퍼니, 도이체방크 등 금융기관에서 컨설턴트라는 직함으로 천문학적인 보수를 받았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지난달 제레미 스타인 연준 이사는 2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헤지펀드 블루마운틴캐피탈 매니지먼트로 옮겼다. 티모시 가이트너 전재무장관도 지난해 사모펀드 워버그핀커스로 적을 옮겼다. 데이비드 맥코믹 미국재무부 차관보는 1,500억달러 자금을 운용하는 세계최대 헤지펀드 브릿지워터어소시에이츠 사장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버냉키 전의장이 헤지펀드에 발을 들여놓은데 대해 비판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돈에 팔려갔다는것이다. 공직을 거친뒤 월가에 진출하는 회전문 인사를 통해 거액 보수를 받거나 월가 금융기관들이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 1시간 강연을 한뒤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강연료를 받는 것은 불법은 아니더라도 도덕적 문제가 불거질수 밖에 없다. 버냉키 전의장은 국내외에서 열리는 콘퍼런스나 세미나에 참석해 강연할때마다 회당 25만달러에 달하는 고액 강연료를 받는다. 버냉키가 연준 의장일때 1년 보수가 20만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부의 상승이다. 일반 참석자들이 수백만원대의 참가비를 내고 참석하는 콘퍼런스에 강연을 할때마다 버냉키 전의장은 연준통화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쏟아낸다. 버냉키 전의장 강연이 일반 개미투자자들은 배제된채 상당한 재력을 갖춘 헤지펀드나 월가금융기관 투자가들만의 잔치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씨타델이 버냉키 전의장을 영입한것도 버냉키 전의장 연준 네트워크를 이용해 기준금리 인상시점 등 연준 통화정책 흐름을 발빠르게 간파하기 위해서다. 최근 시장 화두는 연준 기준금리 인상시점이다. 이를 둘러싼 불확실성속에서 버냉키 전의장이 제공하는 정보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연준 기준금리 인상시점에 대해 다른 월가금융기관보다 먼저 감을 잡는다면 엄청난 규모의 목돈을 만질수 있다. 버냉키 전의장에게 백지수표를 주는 한이 있더라도 모시기 경쟁이 벌어지는 배경이다.
버냉키 전의장은 씨타델 선임고문 역할을 하는데 따른 보수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수백만달러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경유착의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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