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라인 매체인 ‘버즈피드(Buzz feed)’는 지난해 4월 공개된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를 통해 전세계에 이름이 알려졌다. 뉴욕타임스가 가장 강력한 경쟁 매체로 버즈피드를 지목한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버즈피드의 순방문자 수(PC와 모바일)은 7680만명이었다. 같은 기간 뉴욕타임스의 순방문자 수(5720만명)를 크게 앞질렀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그리고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이어지는 미디어 시장의 지각변동. 그 중심에는 버즈피드가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으로 최근 뉴욕 맨해튼의 버즈피드 본사에서 스캇 램 부사장을 만났다. 버즈피드가 설립된 지 1년여만인 2007년 램 부사장은 버즈피드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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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이 싫증을 느끼고 다른 사이트로 넘어지지 않도록 버즈피드의 모든 콘텐츠들에는 재미가 더해졌다. 기사에 담긴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재밌게 소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 이 것이 버즈피드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오바마 동영상에서 엿볼 수 있는 버즈피드의 미디어로서 접근 방식
지난 2월 버즈피드가 찍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출연한 ‘다들 하지만 아무도 한다고 말하지 않는 행동’이라는 동영상이 화제가 됐다. 무료해진 오바마 대통령이 부인 미셸 여사를 연필로 그리기도 하고, 농구 슛동작을 연습하기도 한다. 선글라스를 쓰고 거울을 보며 폼잡는 모습까지. 오바마 대통령의 우스꽝스러운 모습마저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단순히 재미만 담겨 있지는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2월 15일 마감하는 ‘오바마 케어’ 가입을 독려하기 위한 메시지가 은연 중에 드러났다. 오바마 케어 연설을 연습하는 모습과 함께 보험 가입 마감 시한인 “2월 15일”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램 부사장은 “처음 오바마 대통령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두가지 버전을 제시했다”며 “하나는 기존 언론의 방식대로 격식을 갖춘 인터뷰를 하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버즈피드의 방식으로 재밌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버즈피드의 제안에 백악관이 쿨하게 동의하면서 오바마 동영상이 만들어졌다.
이것이 버즈피드의 접근 방식이다.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재미를 가미하는 것. 젊은층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 사람들은 버즈피드의 오바마 대통령 인터뷰보다 그들이 만든 오바마 대통령의 동영상에 더욱 열광했다.
램 부사장은 “우리는 긴급히 뜨는 속보 기사는 다루지 않는다”며“모든 기사를 다 커버하기 보다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만 접근해 필요한 기사만을 내놓는다”고 했다.
◆버즈피드의 성공요인? 실험정신 그리고 기술 인력에 대한 투자
램 부사장에게 버즈피드의 성공 요인을 물어봤다. 그는 두가지를 제시했다. 첫번째는 실험적인 사고. 기존의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항상 새롭게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도전한다. 그리고 그 시도에 대한 피드백을 보고 또 한 단계 발전시킨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그는 “우리는 콘텐츠를 만들 때마다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기술에 대한 투자다. 디지털 환경에서 콘텐츠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엔지니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램 부사장은 “뛰어난 IT 엔지니어들은 구글이나 다른 IT 회사에서도 일할 기회가 많다”며“그들을 버즈피드로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의 기사를 작성할 때도 기자와 디자이너, 엔지니어가 처음부터 협력을 한다. 스토리텔링을 짜는 기자, 디자인을 책임지는 디자이너, 그리고 웹에 원하는 방식으로 기사가 구현될 수 있도록 작업을 하는 엔지니어가 같이 콘텐츠 생산을 논의해 나간다. 기존 언론이 공급자 중심의 사고로 기사를 일방적으로 써내고 있었다면 버즈피드는 기사가 어떻게 보여질 지에 대해서 처음부터 고민하는 것이다.
뉴미디어의 아킬레스건은 저작권 문제다. 기존 언론에 비해 내부 통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데다 재미를 추구하다보면 무단으로 다른 업체의 콘텐츠를 도용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한국판 ‘버즈피드’를 지향하는 ‘피키캐스트’는 최근 저작권 문제로 곤혹을 치르고 있기도 하다. 램 부사장은 “저작권 문제는 내부적으로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하는 등의 행위는 사내에서 용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과 상생모델, 성공할까?
인터뷰가 진행됐던 13일(현지시간) 버즈피드와 뉴욕타임스 등 9개 언론매체가 페이스북과 인링크 방식으로 기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페이스북에서 기사를 볼 때 언론사의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고 페이스북 안에서 기사 전체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페이스북과 9개 매체는 공급한 기사를 통한 수익은 공유하기로 했다.
페이스북과의 상생모델이 언론사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램 부사장은 “양측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버즈피드 트래픽의 75%는 소셜미디어에서 오고 있으며 그중 페이스북이 가장 많다”며 “버즈피드의 입장에서는 우리 기사를 읽는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할 수 있고 페이스북측은 페이스북에 사용자들을 더 오래 머무르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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