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한국인 남성 K(44)씨가 홍콩을 거쳐 중국에 입국한 이후 중국과 홍콩 당국이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을 두고 중국 안팎에서 좋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 당국이 중국과 홍콩 당국의 방역 체계 중 우수한 부분은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 보건당국은 지난달 27일 밤 세계보건기구(WHO) 등으로부터 메르스 확진 환자와 접촉한 K씨가 홍콩을 거쳐 후이저우(惠州)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서 신속히 추적 조사를 진행해 이튿날 새벽 2시께 K씨를 후이저우 병원으로 이송해 격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K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이후 중국에서 거쳐 간 경로를 역추적해 1주일간 67명의 밀접접촉자를 격리 조처하고 후이저우는 물론 주하이와 선전 등 밀접접촉자가 있는 지역에서 소독 등 방제 작업을 벌였다.
중국 당국은 홍콩 당국과 협조해 K씨가 홍콩에서 중국으로 이동할 때 이용한 버스에 함께 탄 승객 등 10명에 대한 연락도 시도 중이다.
홍콩 당국도 지난달 28일부터 OZ723편과 후이저우행 버스 승객 등에 대한 추적 조사를 해 OZ723편에서 K씨 주변에 앉았던 승객 29명과 K씨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27명 등 총 56명의 신원을 확인하고서 K씨 주변 승객 중 홍콩에 있는 19명을 사이쿵의 휴양소에 격리 조처했다.
해당 과정에서 한국인 여성 2명이 의사소통 문제 등으로 격리를 거부하자 홍콩주재 한국총영사관의 협조를 얻어 격리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의 대응에 대해 중국 주재 한국 정부 당국자가 “중국 내 전파를 막기 위해 굉장히 신속하게 잘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등 좋은 반응이 나오는 상황이다.
홍콩 주재 한국 정부 당국자도 “홍콩 당국이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한국의 상황 변화에 따라 방역 수준을 강화하는 등 잘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콩 누리꾼 일부가 지난달 26일 고열 증세를 보인 K씨를 공항에서 격리하지 않은 홍콩 당국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홍콩 당국이 아니라 메르스 감염 의심자의 출국을 방치한 한국 당국을 비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다.
이처럼 중국과 홍콩 당국이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지난 2002∼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교훈을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스 확산으로 당시 중국 340여명, 홍콩 300여명 등 64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중국과 홍콩 당국은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국의 사스나 메르스 사례도 긴밀하게 관찰하고 있으며 수시로 언론에 발병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감염 의심자에 대한 격리도 엄격하게 하고 있다. 홍콩에서 격리 대상자가 격리를 거부하면 5000홍콩달러(약 72만원)의 벌금과 6개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에서는 WHO가 올해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를 잘 못 예측한 탓에 올 들어 지난달까지 독감으로 약 500명이 사망했지만 당국의 철저한 통제로 건강하거나 젊은 층에서는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중국과 홍콩 당국의 방역 체계가 메르스 감염 의심자의 출국을 막지 못한 한국 당국의 허술한 대응과 대조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콩 당국이 지난달 31일 격리 대상자 중 한국과 중국으로 떠난 11명을 해당 국가에 알렸지만 중국으로 떠난 6명 중 5명이 격리됐을 뿐 한국으로 떠난 5명에 대한 격리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히 홍콩 당국이 OZ723편에서 K씨 주변에 앉아 격리 대상자라고 통보한 남성에 대해 한국 당국이 자체 기준으로는 격리대상자가 아니라며 홍콩으로의 재출국을 방치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 당국은 환자가 앉은 자리의 전후 좌우 3열에 탑승한 사람을 밀접접촉자로 분류하지만 홍콩의 경우 환자가 앉은 자리의 좌석 전후 2열의 모든 탑승자를 밀접접촉자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홍콩 기준으로
이에 대해 한국 누리꾼들은 인터넷에 “홍콩에서 (격리 대상자로) 통보받았다면 홍콩에 보내지 말았어야 하지 않나”, “홍콩 기준이 더 폭넓고 강하다면 더 옳은 것이 아닌가” 등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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