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상들이 ‘그렉시트’라는 미지의 영역이 아니라 기존의 구제금융과 긴축 프로그램내에서 그리스 사태의 해답을 찾기로 했다. 올해 1월부터 7개월 동안 국제 금융시장을 위협했던 큰 불안요소가 하나 제거돼 세계 경제는 호재를 만난 셈이다.
다만 채권단은 새로운 구제금융 제공의 전제조건으로 그리스의 추가 개혁안 이행을 제시하고 있어, 향후 그리스 사태의 향방은 그리스 의회로 모아지게 됐다.
19개국 유로존 정상들은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모여 밤샘을 하는 등 장장 15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한 최종 타협안을 극적으로 마련했다.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만장일치로 합의를 이뤘다”며 “그리스에 구제금융 지원을 위한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기자회견에서 “시간은 걸렸지만 타결됐다. 그렉시트는 없다”고 밝혔다.
채권단과 그리스 정부 양측이 합의한 타결안의 핵심은 그리스가 추가적인 경제개혁을 받아들이고 개혁을 충실히 이행할 경우 채권단이 그리스에 금융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채권단은 그리스에 3년 간 최대 860억 유로(약 108조원) 규모의 ‘제3차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구제금융 지원 최종 타결까지 필요한 유동성 지원(브릿지론) 120억 유로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구제금융안을 받기 위해 그리스는 400억 유로 규모 국영자산 매각, 연금개혁, 송전공사 민영화, 노동시장 개혁 등의 채권단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 또한
다만 채권단은 구제금융안은 관련 개혁법안을 그리스가 의회에서 오는 15일까지 통과시키는 것을 전제로 달았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오는 15일 다시 회의를 열어 그리스의 개혁안 이행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 은행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을 지원한다. 또한 20일 만기가 찾아오는 채무 35억유로도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를 통해 3차 구제금융을 지원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또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참여에 대해서는 결국 IMF가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독일의 강력한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리스 사태가 이날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했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몇가지 풀어야할 과제가 남아있다.
첫번 째는 그리스 채무탕감이다. 이번 협상에서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의 부채를 만기 연장 등으로 경감(relief)만 하고 원금을 탕감하는 헤어컷은 거부했다. 그리스가 제출한 개혁안보다 강도 높은 조치들에 합의한다면 채무 경감을 해주기로 했다. 특히 독일은 부채탕감에 대해 강경하다. 부채탕감은 오직 그리스가 한시적으로 유로존에서 탈퇴한 상태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의 주장이다.
그러나 그리스의 부채탕감이 없이는 그리스 경제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채무탕감 문제는 돌발변수로 언제든지 수면에 부상할 수 있다. 당장 채권당 중 하나인 국제통화기금(IMF)이 부채탕감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두번째는 채권단이 요구한 개혁안이 그리스 의회를 통과할 수 있는지 여부다. 치프라스가 총리가 9일 제출한 개혁안은 채권단 요구보다도 더 긴축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그런데 채권단이 그보다 더 강한 긴축을 요구하면서 그리스 국내에서 강력한 반발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지난 협상안은 의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됐지만 이번에는 과연 의회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특히 강경한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의원들의 반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세번째는 이번에 도달한 그리스 협상안에 대한 유럽 각국 내부의 정치적인 반발이다.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독일, 핀란드, 프랑스, 오스트리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슬로바키아 등은 자국 의회에서 승인을 받아야한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그리스에 대한 국내여론이 좋지 않다. 의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독일에서는 메르켈이 속한 기민당을 중심으로 그리스에 대한 강경론이 득세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에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에 양보할 경우 2017년 임기 이후 연임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
[이덕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