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주택가에 주차된 차량에서 갑자기 경적이 울려 인근 주민들의 새벽잠을 깨웠다면? 고속도로를 달리던 도중 갑자기 와이퍼가 작동해 운전자를 당황하게 했다면? 카오디오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록 음악이 최대 음량으로 터져나왔다면?
설마 했던 일이지만 이 같은 상황은 미국 텍사스주를 비롯해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다. 자동차와 IT를 융합해 미래 기술로 각광받아왔던 스마트카(일명 커넥티드카)에 대한 해킹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한술 더 떠 미국의 보안기술 연구원 2명이 최근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량을 16km 떨어진 집에서 컴퓨터로 해킹해 급정거하는 모습을 성공적으로 시연하기도 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자동차회사 피아트-크라이슬러는 미국 내에서 판매된 승용차 140만대에 대한 자발적인 리콜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해킹 위험에 노출된 사례로 인해 자동차 업체가 리콜을 실시되기는 사실상 처음이다.
피아트-크라이슬러가 야심차게 선보인 자체 차량용 무선시스템 ‘U-커넥트’가 화근이었다. U-커넥트는 닷지 지프 램 크라이슬러 모델에 장착돼 판매됐다. 리콜된 차량에 대해서는 해킹방지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실제로 해킹에 취약한 것으로 파악된 차량은 닷지의 소형차 2013~2015년 모델, 램의 픽업 트럭, 지프의 그랜드 체로키 2014~2015년 모델, 크라이슬러200과 크라이슬러300 2015년 모델 등 약40만대로 추정된다. 해당 차량들은 해커가 자동차 시스템에 완벽히 침투한 경우 핸들과 브레이크 뿐만 아니라 전조등과 방향지시등, 와이퍼, 도어록, 카오디오 등을 제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벤처업체들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스마트카 보안과 관련한 새로운 사업기회를
피아트-크라이슬러는 미국의 크라이슬러가 2009년 이탈리아 피아트를 합병한 회사로 피아트, 크라이슬러, 닷지, 지프, 마세라티, 페라리 등의 자동차 브랜드를 생산하고 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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