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하지 않기’, ‘과음하지 않기’, ‘일주일에 최소 X시간은 함께 보내기’. 연인 사이 잔소리 소재로 익숙한 이야기들이지만, 미국에서는 변호사를 고용해 이를 명문화하고 벌금조항까지 다는 것이 몇 년 새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BC는 수년간 유명인사들 사이에 종종 맺어지던 이같은 ‘일생생활 조약(Lifestye Clauses)’이 대중들 사이에도 널리 퍼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계약을 맺는 연인이 많아지며 조항의 내용도 ‘페이스북에 이상한 이미지 올리지 않기’나 ‘함께 요리강의 수강하기’, ‘같은 책 읽기’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뉴욕에서 근무하는 안-마가렛 캐로자 변호사는 “과거에는 결별 시 재산분할 방법나 유산 상속 등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주된 일이었지만, 요즘은 일상생활 조약을 다루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관리하는 1만명의 고객 중 삼 분의 일 가량이 일상생활 조약 맺기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보다 10%가량 늘어난 수치라고 전했다.
카로조 변호사는 “이런 조약들은 단순히 서로에게 의무만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연인관계의 청사진과 같은 역할도 하고 있다”며 “낭만적이지 못하다는 비판도 많지만, 이미 미국의 연인들 사이에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일상생활 조약은 법적 강제력은 가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가정법 전문 변호사 가운데는 일상생활 조약을 다루지 않으려 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LA에서 근무하는 피터 왈저 변호사는 “연인의 관계를 법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개념은 그들의 재산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결혼 전’ 또는 ‘결혼 후’ 상태가 전부다. 일상생활에 관한 규정을 우겨넣어봐야 법정에서는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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