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막이 터질 듯한 폭발음이 들리더니 수십 미터 높이의 불기둥과 버섯 모양의 구름이 눈 앞에 펼쳐졌다. 원자폭탄이 떨어진 줄 알았다.”
운송 기사인 후샤오량(35) 씨는 12일 밤 중국 톈진항의 사고 현장을 ‘지옥‘으로 표현했다. 후 씨는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트럭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폭발 충격으로 수 미터를 튕겨져 나갔다”며 “깨어보니 사고 일대가 온통 화염으로 뒤덮혔고, 유리창이 다 날라간 아파트, 찌그러진 자동차, 아이들의 비명 소리로 아수라장이었다”고 회상했다.
12일 저녁 11시 30분경(현지시간) 중국 동북부 톈진항에서 대규모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중국 공안에 따르면 13일 오후 2시 현재 소방관 12명을 포함해 44명이 사망하고, 520여명이 부상을 당해 인근 타이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중 66명은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져 사망자는 추가로 늘어날 전망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사고가 최초 발생한 시간은 이날 오후 10시50분 경.
한 물류회사의 위험물 적재 창고에 야적된 컨테이너에서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했다. 그 후 30여분간 불이 번지면서 11시 30분경 첫 번째 폭발이 있었고, 20~30초 간격으로 연달아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 충격이 수 ㎞까지 전해지면서 인근 주택가가 강하게 흔들리고 창문이 부서지는 피해가 났다. 중국지진센터는 “첫 폭발의 강도가 3t 규모의 폭발 강도와 맞먹었으며, 두 번째 폭발은 21t 폭발 강도에 해당했다”고 밝혔다.
폭발로 인한 화염은 인공위성에서도 선명하게 촬영됐다.
폭발이 있던 곳에서 수 ㎞ 떨어진 곳에 사는 한 주민은 관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 지진이 난 줄 알고 신발도 안 신고 밖으로 나갔다”며 “나와서 보니 하늘에 거대한 불꽃과 두꺼운 구름이 있었다. 부상한 사람들이 우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톈진항에서 10∼20㎞ 떨어진 지역에서도 일부 주민들이 연기를 피해 방독면을 쓰고 거리에 나와 잠을 자기도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사고 현장은 폭발의 충격으로 떨어져 나간 차량 부품들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중국 언론들은 “현장에는 여전히 불꽃이 남아있어 어떤 폭발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고 원인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중국언론들은 이 회사가 시안화나트륨 등 각종 위험물질을 공장 안에 보관해온 점 등을 거론하며 이 물질들이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발생한 사고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창고에는 탄화칼슘, 칼슘실리콘합금, 시안화나트륨(청산가리) 등 폭발하기 쉽고 독성을 띤 화학물질들이 주로 보관돼왔다. 다만 맹독성 물질인 시안화나트륨이 폭발과정에서 공기 중으로 유출되는 최악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은 완전히 봉쇄됐으며 이날 새벽까지도 사고 현장에서는 작은 폭발이 이어졌다고 중국언론들은 전했다
이번 폭발사고로 인한 사망자 상당수가 소방관들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중국사회가 더욱 큰 슬픔에 빠졌다.
중국언론들에 따르면 사고 발생 후 10여 분 뒤인 오후 11시6분께 톈진소방대 소속 9개 소방중대가 소방차 35대에 나눠타고 현장에 도착해 화재 진압에 투입됐다. 그로부터 20여 분 뒤 오후 11시30분께 두 차례에 걸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한 소방대원은 “처음에 현장에 도착한 19명의 소방관이 폭발이 없는 것을 보고 현장에 진입했다. 그리고 폭발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그 폭발에서 돌아온 대원은 몇 안된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소방대원들이 동료의 시신을 옮기는 장면이 계속 목격됐다. 폭발지점 근처에 도착했던 소방차 7∼8대는 종이처럼 구겨져 있었다.
한편 소방대원이 사고 현장에 출동하며 절친한 동료에게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가 공개돼 중국인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현장으로 가고 있는 소방차 안에서 보낸 이 메시지는 “만약 내가 못 돌아오면 우리 아버지를 부탁한다. 우리 어머니(무덤) 성묘도 잊지 말아줘”라는 내용이다. 문자를 받은 동료는 “그래, 니 아버지는 내 아버지나 마찬가지다. 조심해”라는 답변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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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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