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생방송 도중 기자 2명이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등 잇단 총기 범죄로 총기 규제 목소리가 다시 커지는 가운데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AR-15(M-16 계열 소총의 민간형 모델) 등 반자동 소총 판매를 중단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 등에 따르면 코리 룬드버그 월마트 대변인은 일부 반자동 소총에 대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내 약 4600개 월마트 매장 중 3분의 1 미만에서만 반자동 소총이 판매되고 있다.
월마트는 여름에서 가을 상품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나머지 재고를 전부 처분할 예정이며 이에는 1∼2주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룬드버그 대변인은 덧붙였다.
그는 또 소총 판매 중단에 정치적 요인이 있었던 것은 아니며 올해 초 결정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룬드버그 대변인은 특정 모델의 판매가 감소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또 사냥꾼들에게 인기가 많은 엽총이나 소총 모델의 재고를 늘릴 것이며 총기 판매를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위기대응 전문가인 제이슨 말로니는 “대형 유통업체는 즉흥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며 “소비자 욕구에 맞춘 전략적 대응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2년 어린이 등 20명이 사망한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과 콜로라도주 영화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들이 AR-15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월마트의 총기 판매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월마트의 주주인 뉴욕의 트리니티 교회는 공공의 안전과 복리를 해치거나 회사의 명예를 손상할 수 있는 제품, 가족과 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하는 제품 등의 판매를 결정할 때는 이사회가 좀 더 면밀하게 검토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제안을 회사가 거절하자 지난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트리니티 교회의 윌리엄 루퍼 목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월마트가 전국 지역사회에서 파괴와 손실을 가져온 총기를 더는 팔지 않는다는 소식에 기쁘다”며 “이사회가 사회의 안전과 복리, 주주의 가치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결정을 이끌 정책을 감시할 책임이 있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버지니아 주 프랭클린에서 생방송 중인 기자 2명이 전 직장 동료
범인 베스터 리 플래내건은 범행 직후 ABC 방송에 보낸 ‘자살 노트’를 통해 지난 6월 발생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 흑인교회 총기 난사사건과 2007년 버지니아 주 버지니아텍 총기 난사 사건을 범행 동기로 꼽았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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