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의 한 연구실. 투박한 외형을 지닌 로봇이 레고 조립, 병뚜껑 닫기 등 기초적인 수준의 과제를 시도하고 있다. 집게손으로 두 블럭을 모은 후 조립을 시도하지만, 알맞은 위치를 찾지 못하고 허우적거린 끝에 결국 움직임을 멈추고 만다. 로봇의 시도가 실패한 걸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연구팀 세르게이 레빈연구원은 멈춘 로봇을 보더니 “지금 생각중이네요”라고 말했다. 잠시 후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로봇은 아까보단 능숙한 솜씨로 블럭을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단번에 조립에 성공했다.
블룸버그는 고민·학습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BRETT의 연구 진행상황을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인공은 버클리대 피터 아벨 교수진이다. 아벨교수는 BRETT(Berkeley Robot for the Elimination of Tedious Tasks)이란 이름을 가진 이 로봇을 통해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는 최첨단 인공지능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아벨 교수는 “유아들이 실패와 재도전을 반복하며 배우는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에 대한 심리학연구 동영상을 접한 후 로봇에도 적용하는 것을 착안했다”고 말했다. 특정 동작만 수행하도록 프로그램 된 기타 로봇들과 달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로봇 BRETT이 탄생한 것이다.
BRETT은 올 여름 입력되지도 않고, 문제해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동작을 반복해 연구진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특정 명령이 입력되면 팔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이는 동작이었는데, 연구결과 사람들이 손가락을 이용해 계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의 동작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특정 계산을 할 때 소프트웨어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관절까지 움직이는 것을 찾아냈다”며 “BRETT에게 일종의 습관이 만들어진 것이다. 기묘한 현상이다”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지멘스·도요타를 포함해 수많은 관련 스타트업 기업들이 연구실을 찾아 흥미를 보이고 있다며, 아벨 교수진의 연구성과가 구글·화낙 등 경쟁자에 비해 독보적이라고 보도했다.
로봇이 기초적인 학습·판단능력만 갖추게 돼도 자동화공장의 안전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생산업체인 텍사스기기(Texas I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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