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산유국과 소비국 시민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8일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유가 하락으로 신차 시장이 수십년만의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한때 ‘가솔린 먹는 하마’로 불리는 픽업 트럭이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뉴욕시 교외의 미국 포드 자동차 매장에서는 픽업트럭인 F-150에 대한 고객들의 주문 대기가 지속되고 있다
7월말 미국 인디애나주 라파예트에 있는 후지 중공업의 공장은 레거시를 포함한 주력 차종의 재고가 바닥날 뻔한 상태에 빠졌다. 2만대분을 수용하는 출하 대기 주차장에 늘어선 차량은 불과 120대였다. 그후에도 이 공장에서는 차량이 생산되는 대로 즉시 팔려나가는 바람에 직원들이 “순간 증발”이라고 비유할 정도였다.
레가시는 미국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공장 책임자는 대리점에서 화살처럼 재촉이 날아오지만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중동의 산유국에서는 시민들에 대한 각종 생활 보조금을 삭감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8월 1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주유소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일제히 24% 뛰었다.
UAE 국영 뉴스통신사는 지난 7월22일 정부가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보조금을 철폐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향후에는 정부위원회가 매월 국제 시장 가격을 토대로 다음달의 휘발유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로 전환된다.
이 나라 에너지부는 보조금에 의지하지 않는 강한 경제를 만든다는 취지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UAE가 올해 재정 적자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를 한 바 있다.
세계 8위의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산유국이지만 원유 약세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는 재정 구조에 메스를 가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위기감은 바레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바레인 정부는 원유 가격 하락에 따른 재정난의 대책으로 육류에 대한 보조금의 폐지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쿠웨이트에서는 일부 생선의 매장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불매 운동을 일으켜 생선 가게는 가격 인하를 강요받고 있다.
지난 6월
살만 국왕(79)은 지난 1월에 즉위한 직후 전기와 물에 대한 보조금 혜택을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재검토해야 할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덧붙였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