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둔화 여파로 중국 자동차 시장이 판매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할부금융 확대와 신차가격 인하 등 잇따른 소비진작책도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자 업계에선 세감면과 같은 특단의 부양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가 지난 10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8월 승용차 판매량은 141만대로, 작년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소형트럭을 비롯한 상용차도 22만8000대로 전년대비 2.3% 판매가 줄었다. 이로써 중국 자동차시장은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갔다.
생산도 침체했다. 중국내 자동차 생산대수는 8월 156만대를 기록해 전년대비 8.4%나 줄었다. 판매가 부진하자 업체들마다 휴가를 2주씩 쓰거나 주 4일 근무를 하는 방식으로 감산에 들어간 결과다. 일부 업체는 심지어 주3일 근무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자동차 판매부진은 7월부터 중국에 판매중인 거의 모든 자동차 브랜드가 가격할인 경쟁을 벌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소비침체 심각성을 실감케 한다. 지난 2분기부터 판매부진이 심화되자 자동차업계는 외국브랜드이건 중국토종이건 5~10%씩 차값을 내렸지만, 소비침체를 되돌리지 못했다. 정부가 8월말 발표한 자동차할부금융 확대 조치도 아직 약발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히 외자기업들의 타격이 심각한 상황이다. 자동차판매가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은 지난달 45만대가 판매돼 전년대비 45%에 달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SUV 시장을 장악한 것은 창청, 창안 등 중국 토종브랜드로, 판매량 1~10위 가운데 6개 모델이 토종 브랜드다. 이에 반해 한국 미국 일본 등 외국계 브랜드가 주력하는 세단형 승용차는 8월 판매대수가 전년동기보다 16%나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경제 성장둔화와 소비심리 냉각에 따른 자동차 판매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1~8월 누계 판매대수는 1501만대로, 작년과 같지만, 올해 연간으로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앨릭스파트너스는 최근 ‘중국자동차시장 보고서’를 통해 “올해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2008년 이후 가장 힘든 한해를 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내 자동차 생산업체들의 생산능력 과잉을 지적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주요 공업국에선 자동차공장 평균 가동률이 90%에 달하는 반면, 중국은 60%에 불과하다는 게 근거다. 수요는 부진한데 남아도는 설비가 많아 업체간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위기감이 고조되자 업계에서 중국 정부에 자동차소비 진작을 위한 부양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스젠화 부비서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는 “이대로 가면 올해 자동차산업이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것”이라며 “정부에 이미 대책마련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협회가 중국 정부에 건의한 소비진작 방안은 세감면과 규제완화가 핵심
한시적으로 자동차세를 50% 감면해주고,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시행중인 신차 등록규제를 완화해달라는 것. 협회는 이와 함께 환경보호를 명목으로 연식이 오래된 노후차량을 폐기하고, 인프라투자를 확대해 자동차 수요를 촉진해달라고 건의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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