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기업들이 저금리로 과도하게 돈을 빌어 쓴 탓에 미국 금리인상이 새로운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했다.
IMF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세계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40개 신흥국의 비금융 기업 부채가 지난해 18조 달러로 10년 전인 2004년 4조 달러보다 4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기업부채가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48%에서 74%로 높아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빚 갚는 부담이 커진다면 부채가 늘어난 기업들 중에 도산 위험에 직면하는 기업들이 생겨날 수 있다. 보고서는 “신흥국 기업부채가 아주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기업부채가 급증한 이후 금융위기로 이어진 사례가 많았다”고 경고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등 선진국이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규모 부양자금이 시장에 공급됐고 이 자금이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높은 신흥국에 유입돼 기업부채 증가로 이어졌다고 IMF는 분석했다.
IMF는 글로벌 금리 상승으로 부채가 많은 기업들이 연쇄 도산할 경우 이들 기업에 대출해 준 현지 은행들의 안정성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 글로벌 채권시장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선진국 저금리 혜택을 누리기 위해 신흥국 기업의 달러표시 채권 발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IMF 분석에 따르면 신흥국 기업부채 중 채권 비중이 지난 2004년 9%에서 2014년 17%로 두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2007년 이후 2014년까지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이 26% 포인트 높아졌고 터키 칠레 브라질 인도가 뒤를 이었다. 페루 태국 멕시코에 이어 한국은 40개 신흥국 중 9번째였다.
업종별로는 건설과 석유·가스 등 원자재 관련 기업들의 부채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는 건설경기 침체와 에너지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부채로 충당했다고
IMF보고서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신흥국 기업들의 도산을 유발할 수 있고 그 여파가 채권시장 유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이를 감안해 통화정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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